“나의 순간이 환자에겐 영원”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이영탁 교수

“흉부외과 의사는 주말이 없을뿐더러 단 하루도 완벽한 자기 시간이 없어요.

하지만 나의 일부분을 희생하면 심장병 환자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보람이죠.

제가 후배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어요. 나의 ‘순간’이 환자에게 ‘영원’이

된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이영탁 교수는(48) 20년 전 ‘의사다운 의사,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자’는 20대 순수한 열정 하나로 흉부외과를 선택해 지금까지 3000여건의

심장수술을 성공하며 흉부외과계의 ‘신의 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교수는 평소에 말과 행동이 급하고 털털하지만 수술실에 들어서면 섬세하고

날카로운 사람으로 돌변해 후배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그가 수술하는 모습을 본 후배들은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말한다. 이런 그는

얼마 전 성균관대 의대 조사에서 ‘후배들이 가장 닮고 싶은 교수’로 뽑혔다.

10여 년 전 이 교수가 포크를 사용해 심장 혈관을 고정시켜 수술했다는 일명 ‘포크

수술’은 흉부외과의 전설처럼 전해지며 이 교수에 대한 후배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요즘엔 좋은 의료기구들이 많지만 과거 90년대 초반만 해도 기구가 마땅지

않아 살아 움직이는 심장에 정밀한 수술을 할 땐 애를 먹는 일이 많았다”며 “포크를

보면 네 개의 살이 있는데 가운데 두 개를 자르면 제법 모양이 나온다. 그걸로 심장

혈관을 눌러가면서 수술을 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 교수는 심장수술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의사의 ‘순간적 판단’을

꼽는다.

“순간적 대처가 뛰어나야 환자를 살릴 수 있습니다. 심장수술은 집도의가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치면 다른 것을 아무리 잘해도 생명을 구할 수 없죠.”

그는 평소 전문잡지나 다른 사람의 경험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을 꼼꼼히 기록하며

공부한다. 이것이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신속한 판단을 하는 카리스마의

원동력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이 교수도 과거 어려웠던 수술 경험을 갖고 있다.

“10년 전에 10살짜리 남자 아이가 실려 와서 봤더니 심장 좌우가 뒤집혀 있었죠.

흔치 않은 유형이고 아이가 여러 번 수술을 받았던 터라 수술이 꽤 어려웠죠. 수술은

보통 3~4시간이면 끝나는데, 이 아이는 6~7시간이나 걸렸어요.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아이의 체력이 다해서 1년 후에 사망했어요. 지금껏 제가 해본 수술 중에

가장 어려웠던 수술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기러기 아빠인 이 교수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후배들과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다. 격이 없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수술 경험담을 이야기하다보면 자연스레 수술

노하우가 전수돼 후배들도 그와의 술자리를 교육의 연장선처럼 여겨 마다하는 법이

없다.

그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도 후배를 키우라는 말이 있습니다. 체면 생각해서

제가 잘한 것만 얘기하고 못한 것은 숨기면 후배들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며

“환자의 진료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기회를

줘야 후배들도 성장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즘도 환자의 침대 옆에서 잠드는 날이 많다. 심장병 환자는 유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수술 후 뭔가 반응이 있어야 경과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수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수술 후 환자의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이 교수 스스로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흉부외과 의사로서 이 교수의 모습은 드라마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얼마

전 방영을 시작한 의학 드라마 ‘뉴하트’의 주인공 조재현의 실제모델이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이 드라마의 의학적 자문을 맡고 있다.

“흉부외과가 힘들고 어려운 학과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아직도 흉부외과를 고집하는

가슴 뜨거운 지원자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드라마에선 흉부외과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과로 그려져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걱정했어요. 지금은 저도 열혈 시청자가 됐지만.”

수술실에선 동료 의사들을 이끄는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수술실 밖에선 환자 곁을

지키는 보호자 역할을 하는 이 교수의 원동력은 따뜻한 가슴에서 나온다.

“의사는 그저 환자를 위하는 마음만 가지면 됩니다. 그러면 없던 체력이 생겨나고,

끊임없이 노력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흉부외과에 의사의 자격조건은 첫째도, 둘째도

따뜻한 가슴입니다.”

 

조경진 기자 nice2088@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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