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전투 서막 올라

복지부, 종합전문요양기관 기준 완화…3차병원 판도변화 예고

복지부가 최근 종합전문요양기관 인정기준을 대폭 완화한 개선안을 공개하면서

병원계가 술렁이고 있다. 현재의 방식이 기득권을 유지하고 신규 신청기관은 진입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서 복지부가 제도 시행 8년 만에 대대적인 변화를 선언했다.

복지부는 인정기준을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상대평가를 통한 경쟁체제를

도입, 우수한 의료기관을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즉 그동안

자격요건을 갖추고도 번번히 신규 진입에 실패한 2차 진료기관들에게 기회를 열어

두겠다는 것. 반면 이미 3차 의료기관으로 인정받은 곳이라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탈락할 수 있어 종합전문요양기관의 대대적인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편집자주]

종합전문요양기관 태생 배경

정부는 지난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 실시를 계기로 대형병원의 환자집중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1차, 2차, 3차로 구분하는 의료전달체계를 도입했다. 경증

질환자의 경우 우선 의원급인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후 필요에 따라 순차적으로

2차, 3차 의료기관을 이용토록 한 것. 정부는 이를 통해 중증질환에 대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복지부는 400병상 이상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 중 25개소를 3차 진료기관으로

지정하고 1995년 이들 기관의 질적 향상 및 보전을 위해 주기적 평가의 법적근거

마련했다. 1999년에는 ‘3차 진료기관’이란 명칭을 ‘종합전문요양기관’을 변경하고

의료전달체계제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복지부는 해당 의료기관들의 질적 충족도 제고를 위해 종합전문요양기관

인정 후 3년마다 인정기준 충족여부를 주기적으로 평가해 신규진입을 허용하거나

자격을 연장시켰다. 그 결과 제도 시행 7년이 지난 2006년 종합전문요양기관 수는

당초 25개소에서 43개소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종합전문요양기관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새로 개원한 병원들의 신규진입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대형병원들의 잇단 몸집 불리기로 진료권역내의 소요병상수

충족도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기 때문에 신설 종합병원들의 종합전문요양기관

진입이 어렵게 된 것.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 인정받을 경우 종별 가산율 30%를 적용 받을 수 있기 때문에

25% 적용을 받는 2차 의료기관들 입장에서는 높아진 진입장벽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더욱이 기존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 인정받은 일부 기관보다 시설이나 진료기능이

월등하게 앞서는 신생병원들의 불만은 클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들 2차 의료기관은 제도의 비합리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했고

재정 부담으로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복지부는 지난 2005년 제도 개선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복지부는 병협, 진흥원, 공단, 심평원,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실무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개선책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복지부가 꺼내든 카드

2년 여의 장고(長考) 끝에 복지부가 공개한 카드는 기존 권역별 병상소요 규제

완화에 따른 2차 병원들의 진입장벽 제거였다. 이는 현행 종합전문요양기관 제도가

의료기관간 경쟁을 저해할 뿐 아니라 증증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의료서비스 제공

등의 측면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우선

그동안 신규 신청기관들에게 가장 큰 불만을 샀던 소요병상 충족도 부분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9개 진료권역으로 구분하던 기존 방식에서 실제 의료기관 이용행태를 반영,

10개 진료권역으로 권역별 최소 기관 지정을 위한 기준을 재설정한 것.

복지부의 ‘종합전문요양기관 인정기준 개선 방안’에 따르면 우선 진료권역이 현행

△수도권 △강원영서권 △강원영동권 △충북권 △충남권 △전북권 △전남권 △경북권

△경남권 등 9개에서 실제 환자들의 의료기관 이용행태에 따라 △강원영서와 강원영동권이

강원권역으로 통합되고 △수도권은 수도권, 경기서부권, 경기남부권으로 세분화되면서

10개로 늘어난다.

복지부는 진료권역 재설정과 함께 권역별 병상 자체충족률을 75%로 설정하고 나머지

24.6%는 전국권역으로 통합, 전국 단위의 경쟁을 통해 3차 병원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는 종합전문요양기관의 기능적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환자구성

상태를 인정기준의 핵심으로 설정했다.

현재는 전문진료질병군에 해당하는 환자 비율의 1.5배 이상, 단순진료질병군에

속하는 환자 비율이 0.8배 이하로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문진료질병군은

인정신청 병원 전체 입원환자의 12% 이상, 단순진료질병군은 21% 이하가 돼야 한다.

즉 종합전문요양기관의 존재 이유가 중증질환자 치료에 있는 만큼 경증환자 비율을

줄이고 전문진료가 요구되는 환자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

복지부는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한 평가에서 환자구성상태에 절반

이상인 60%의 가중치를 부여, 핵심 항목으로 설정했다. 교육기능의 경우 2개 전문과목에

대한 예외규정을 삭제하고 전문과목을 ‘레지던트 화보 필수 전문과목’과 ‘선택전문과목’으로

구분한 후 선택전문과목을 상대평가 항목으로 분류하는 등 기준을 완화했다.

특히 선택전문과목의 레지던트 인정 연차를 현행 3, 4년차에서 1, 2, 3, 4년차로

확대, 1명만 있어도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키로 했다. 인력기준의 경우 의사는

연평균 1일 환자가 10인당 1인, 간호사는 연평균 1일 입원환자 2.3인당 1인으로 기준을

강화했다.

시설, 장비 부문에서는 변별력이 없는 수술실 보유 개수와 중앙진료부 면적 기준을

평가기준에서 삭제하고 필수 의료장비의 종류와 보유대수 관련 기준을 현행과 같이

최소수준으로 유지토록 했다. 다만 진단기기의 질적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영상품질관리원에서

수행하는 특수의료장비의 품질관리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는 경우에만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

인정키로 했다.

복지부는 아울러 3차 병원 재평가 때 의료서비스 평가도 시행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현행 평가기준은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미흡하다고 보고 의료의

질과 관련이 큰 중환자, 감염관리, 질향상 체계 수준을 평가항목에 추가해 절대평가

기준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다만 평가받는 병원의 부담을 줄이고 행정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의료기관평가 결과를 활용해 B등급(70점) 이상인 경우에만 재인증 하기로

했다.

3차병원 대대적 판도변화 예고

그동안 2차 의료기관들에게 ‘바늘구멍’으로 인식되던 3차 의료기관 진입이 대폭

완화되면서 의료전달체계에 대대적인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종합전문요양기관 진입을

‘절치부심’하던 2차 의료기관들의 신규 진입은 물론 이미 3차 의료기관으로 인정받은

곳이라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탈락되는 사태가 예견되고 있는 것.

실제로 복지부가 새롭게 설정된 소요병상 충족도 기준을 토대로 2005년 청구자료를

활용,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2개 기관이 종합전문요양기관에 새롭게 진입할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기존 43개 종합전문요양기관이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2개 종합병원이

신규 진입하는게 아니라 탈락과 진입이 상당부문 교차된다는 것.

복지부는 이 시뮬레이션이 예전 자료를 토대로 한 만큼 결과가 공개될 경우 병원들에게

적잖은 혼선을 초래할 것으로 판단,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복지부에

따르면 시뮬레이션 상으로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경우 기존 종합전문요양기관 일부가

2차 기관으로 퇴출되고 종합병원 일부가 3차 기관으로 재편된다. 즉 내년부터 복지부의

개선 방안이 적용될 경우 의료전달체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퇴출의 쓴잔을 들게 될 3차 의료기관은 어디이고 신규진입의 영예를

안게될 2차 의료기관은 어디일까?

우선 종합전문요양기관 중 과거 퇴출 위기에 놓였던 곳으로는 국립의료원과 아주대병원,

원광대병원, 동아대병원, 인제대 상계백병원, 인제대 서울백병원 등 6개 기관이 있다.

이들 병원은 지난 2004년도 종합전문요양기관 인정평가에서 진단검사의학과 등 3개

과목에 3년차 이상 레지던트를 확보하지 못해 교육기능 미충족으로 퇴출위기에 몰렸었다.

하지만 국립의료원은 당시 S의료원측으로부터 진단검사의학과 3년차 전공의를 파견근무

형식으로 지원받아 간신히 인정기준을 충족, 최악의 사태는 모면했다.

아주대병원과 원광대병원 등 나머지 5개 병원도 자체적으로 전공의를 확보함에

따라 퇴출 위기에서 벗어났다. 물론 이들 병원이 퇴출 위기에 놓였던 이유는 교육기능

미충족이었고 개선안에는 이 부분이 상당히 완화됐기 때문에 내년 평가에서 같은

처지에 놓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계 내부적으로는 이들

병원 중 일부가 첫 종합전문요양기관 개선안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 병원중 지역에서 확실한 입지를 갖고 있는 기관을 제외하고는 신생병원들에

비해 중증환자 비율이나 교육적인 측면 모두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

그동안에는 권역별 병상소요 규제에 따라 종합전문요양기관 자격을 보호 받았지만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호시탐탐 3차기관 진입을 노리고 있는 쟁쟁한 2차 병원들에게

밀릴 수 밖에 없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2차 의료기관 중 종합전문요양기관 개선안의 최대 수혜자로 예상되는 곳은 단연

분당서울대병원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 2005년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의

승격을 눈 앞에 두고 함께 심의를 받았던 대구가톨릭병원의 경사를 씁쓸히 바라봐야만

했다. 당시 분당서울대병원은 환자구성 상태, 시설, 장비, 인력기준과 교육기능을

모두 충족시켰지만 진료권역별 소요병상 충족도 규제에 막혀 진입이 좌초됐다.

하지만 개선안에서는 수도권으로 묶여있던 기준이 수도권, 경기서부권, 경기남부권으로

세분화되면서 분당서울대병원의 3차 진료기관 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경기남부권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에 필적할 2차 기관이 없는 상태여서 병원계 내부에서도 분당서울대병원의

신규진입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주목할 부분은 2003년 이후 연이어 개원한 신규 대학병원들의 경쟁이다. 서울

지역만 해도 건국대병원, 중앙대병원,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등이 종합전문요양기관

진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서부권에서는 명지병원, 공단일산병원,

동국대일산병원, 국립암센터 등의 혈투가 펼쳐질 전망이다.

‘퇴출이냐!, 진입이냐!’

자격을 사수하려는 종합전문요양기관과 획득하려는 2차 의료기관들과의 치열한

전투는 벌써 시작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7-12-24 12:04

출처:

데일리메디( www.dailymed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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