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의료협력

국내 보건의료분야의 협의가 우선

“남과 북은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하며 농업, 보건의료, 환경보호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5조는 남북이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에 원론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남북한 정부가 공식적으로 의료 교류를 천명했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겠다. 문구는 ‘협력’이지만 실제로는 ‘남한의 북한에 대한 지원’이 될

것이다.

 

1970년대 북한이 3세계 외교마당에서 ‘인민에 대한 무상의료’를 내세우며 남한에

대한 체제 우위를 선전했고, 그 때문에 남한 정부가 부랴부랴 국민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의료수준의 역전을 넘어 압도적인 격차가 벌어졌으니….

 

알려진 바와 같이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의료 지원은 민간 차원의 개별적인 지원이

대세였고, 최근 정부가 이 움직임을 주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최근 한국JTS가 추진 중인 ‘회령지역 영유아 지원사업에

17억원, 나눔인터내셔날이 주관하는 보건의료체계 개선사업에 37억 여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남북보건의료협력팀을 운영하고, 남북

당국간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정상회담 전 남북보건의료협의체 구성 및 남북보건의료협정문

체결을 촉구하는 등 남북간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교류협력 방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에 대한 보건의료 지원은 북한 동포의 인권 및 건강을 증진시켜 다른 분야

교류 협력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통일을 앞둔 우선적 과제라는 데에 여야간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의료 협력이든 지원이든 원칙조차 세우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북한 국민들이 병들어 죽어가고 있지만 당국이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대로다. 최근 북한 의료시설을 둘러보고 온 의료인들에

따르면 결핵이 의심돼도 엑스레이를 찍을 필름이 없고, 링거액이 없어 긴급한 때

실험실에서 설탕을 증류해서 포도당을 만들어 쓰는 실정이다. 약이 태부족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체제 수호’란 명분 아래 실정을 공개하지도 않고 있으니….

 

북한 의료 지원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나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당장 현대의료의 수혜를 받으면 살 수 있는데도 숨지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의료인에 따르면 북한 의료관계자들이 내심 대한민국에서

최신설비에 밀려 폐기되는 의료기기나 유통시장에서 재고로 쌓인 의약품이라도 지원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 듯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정부가 ‘커밍아웃’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도움에 대한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면 좋으련만….

 

정부 차원이 아니라면 의료단체나 민간에서라도 북한 당국이 도움을 청하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 정부가 북한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일시적인 지원에만 매달리면 북한 주민의 건강 증진이라는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다.

 

다른 하나는 통일 이후의 의료시스템을 고려한 지원이다. 현재 우리 의료시스템도

불완전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의료가 공공재라고 공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끝없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자원이 한편으로는 과잉이면서도 정작 필요한

곳에는 의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는 눈 감고 북한을 무작정 지원한다고 하면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 의료 격차의 간극을 더 이상 방치할 수도 없는 것이

현 정부의 딜레마이리라. 이 문제는 예산 문제와 의료인 수급 등을 고려, 거시적인

전략을 수립하면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대한민국 보건의료 분야의 예산 증액을 통한 의료시스템 내실화와

북한 의료 지원은 함께 가야 한다. 그것은 큰 테두리의 계획과 세세한 실행이 어울려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정부가 할 일과 민간이 할 일, 공적으로 할 일과 시장이 할 일의 분담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의 독주에서 벗어나 여야,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깊이 있는 논의에 들어갈 것을 제안한다. 남북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내 여러 보건의료분야의 협의가 우선이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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