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은 습관이 아닌 병?

충동조절 장애…습관 교정 필요

“그만 먹어야지 하면서도 젓가락은 돼지고기에 김치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친척집 5, 6곳을 방문했는데 살이 안 찔 리가 있나요?”

중소기업 K사의 김 모 부장(40)은 이번 추석에 고향의 어른들에게 인사드리러 갔을 때 ‘순간’들을 참지 못해 2㎏이 불었다. 그는 평소에도 체중을 줄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실천하다가 회식이나 거래처와의 저녁자리에서 폭식하는 바람에 망치곤 했다.

명절이 지나고 귀가하자마자 체중계에 올라가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명절은 자신의 의지와 관련 없이 과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

그러나 평소에도 김 부장처럼 ‘체중을 줄여야지’하면서도 식욕을 억제하지 못해 후회하는 것을 되풀이한다면 요즘 의료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폭식장애’(Binge-eating Disorder)일 가능성이 크다.

 

■폭식장애란?

폭식장애는 식욕을 조절하지 못해 충동적으로 폭식하고 후회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성인병을 낳고 정신건강을 해치는 병이다. 이 장애는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담췌장질환, 뇌졸중, 골다공증, 관절염, 근육통, 소화기장애, 두통, 코골이,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의 합병증을 낳는다.

폭식장애는 식사장애 중에서 말라깽이이면서도 음식을 안 먹는 ‘거식증(拒食症)’이나 다이어트를 지속하다 폭식하고나선 토하거나 이뇨제를 복용하는 ‘대식증(大食症)’과는 엄연히 다른 병이다.

올 초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의 조사 결과 폭식장애는 평균 14.4년 지속돼 거식증의 5.8년, 대식증의 5.9년보다 더 긴 것으로 조사됐다.

폭식장애인 사람은 폭식 후 다이어트에 몰입했다가 ‘다이어트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폭식을 하는 악순환에 빠지곤 한다. 환자는 배가 불러 불쾌할 때까지 먹거나, 다른 사람보다 빨리 먹거나, 포만감이 들쭉날쭉하거나, 자주 다이어트를 하거나, 혼자서 자주 식사하거나, 음식을 듬뿍 사서 보관하는 등의 특징을 보인다.

폭식장애는 스스로 토하거나 과도한 운동, 설사약․이뇨제 등을 복용하는 식의 자기학대가 없다는 점에서 대식증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폭식장애 환자는 대부분 거식증, 대식증 환자와는 달리 과체중 또는 비만이다.

 

■어떤 사람에게 잘 생길까?

폭식장애는 자존감이 약한 사람에게 잘 생긴다. 이런 사람은 충동을 조절하기 힘들고 기분을 조절하거나 화를 표현하는데 서툴다. 폭식을 하는 사람은 담배와 술을 가까이하는 경향이 있으며 술을 마실 때에는 과음하는 특징이 있다.

과로와 책임감, 스트레스를 머리에 이고 사는 사람들도 폭식의 유혹에 흔들릴 위험이 크다.

다이어트를 자주 되풀이하는 사람이나 TV를 통해 이상적인 체형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도 폭식의 함정에 잘 빠진다.

어렸을 적에 성적으로 학대받은 사람에게서 잘 생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폭식장애라면 어떻게?

폭식장애가 의심되면 무엇보다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첫걸음이다.

식사 전 물을 한 잔 마시고 채소 위주로 반찬의 맛을 음미하면서 골고루 천천히

먹는다.

아침을 거르지 않고 먹는 것도 중요하다. 식사는 가급적 가족이나 직장동료와

함께 하고 혼자서 먹지 않는다. 혼자서 먹기 시작하면 밥 먹는 평균속도가 빨라진다.

 

지나친 다이어트를 피하고 이전보다 10% 덜 먹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식사한다.

폭식하는 사람은 의외로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한 경우도 많으므로 자신에게

적절한 영양제를 복용한다.

또 거울을 보며 웃는 등의 방법으로 자긍심을 올리며 운동과 취미로 스트레스를

풀도록 한다. 주위 사람에게 자신이 폭식장애인 것 같다고 알리고, 도움을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식사에 대해 기록하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고통, 스트레스, 불안감 등을 풀기 위해서 폭식이라는 탈출구를 선택하고, 폭식을

한 다음에 자멸감이 들거나 그런 감정이 생길지 예상하면서도 폭식한다면 가정의학과의

비만클리닉이나 신경정신과 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와 같은 항우울제와 식욕억제제,

토피라메이트와 같은 항발작제 등의 약물처방, 심리상담, 운동처방, 생활습관 교정

등의 방법으로 치료한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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