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는 만능 수술로봇? 돈 버는데에는 만능이겠죠

치료비는 8배 ↑ 효과는 ‘글쎄’

대형 병원들이 고가의 ‘수술로봇’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치료비는

기존 수술보다 최대 8배 비싸지만 효과는 ‘글쎄’여서 비급여를 노린 상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의사는 “병원이 고가의 장비에 대해 과대홍보를 하면 환자가 몰리니까 다른

병원에서 앞 다퉈 도입하는 현상이 의료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수술로봇은

대표적 사례”라며 개탄했다.

연세의료원은 2005년 5월 새 세브란스병원 개원에 맞춰 국내 최초로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 사가 제작한 ‘다빈치 수술로봇(DaVinci surgical robot)’을 도입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전을 펼쳤다. 언론에서는 ‘최초의 로봇 심장수술’, ‘최초의 로봇

위암수술’ 등 장점을 강조하는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연세의료원은 이에 고무돼 5월 영동세브란스병원에 국내 2호기이자 새 모델인

‘다빈치-S’를 도입했고 다른 병원들도 이에 질세라 ‘수술용 로봇’ 도입을 결정했다.

고려대안암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7월, 한림대병원은 9월, 삼성서울병원은 내년 1월

‘다빈치-S’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가중앙병원이라는 서울대병원도 위원회를 구성해

다빈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많은 병원들이 ‘다빈치-S’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부 병원은 다빈치가 설치되기도 전에 “예약환자가 대기하고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수술과 결과 차이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로봇수술의 50%를 차지하는 비뇨기과 수술의 경우 5~8㎜ 크기의

구멍을 3~5개 정도만 뚫어 수술하기 때문에 통증, 출혈, 감염위험이 적다.

수술시간이 짧고 빨리 회복돼 입원기간도 단축된다. 또 관련 의료진은 수술비가 비싸지만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상쇄한다고 한다.

수술 후 발기부전, 배뇨장애 등의 합병증이 기존 수술에 비해 적고, 초기 전립샘암의

경우 아주 섬세하게 암 부위만을 도려내 한 건의 재발도 없었고, 방사선과 항암제로

재차 치료를 받아야 하는 고통과 추가비용이 들지 않아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기간의 주관적 결과일 뿐, 과학적으로 입증된 데이터는 아직 없다. 다빈치를

도입할 예정인 병원의 의사들조차 로봇수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을 게 없어요.”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현무 교수는 “개복수술이든 로봇수술이든 수술의 성패는

환자의 병기, 즉 병의 경중에 달려있다”며 “로봇수술이 수술 성공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로봇수술이 합병증이 적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미국의 데이터를

보면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곽철 교수도 “그렇지만 다빈치를 보유한 메이저병원에 환자들이

몰리면 병원 차원에서 대비책을 구상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로봇수술에 욕심은

나지만, 엄청난 비용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인정했다.
 

◆“수술비용 3~8배 부풀려져”

병원과 언론이 환자의 장점만 홍보하고 있지만, 의사와 병원의 이점도 적지 않다.

실제 로봇수술을 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최영득 교수는 “한 마디로

표현하면 기어차를 몰다가 오토매틱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며 “4시간 이상 걸리는

전립샘암 수술시간이 절반 정도로 줄어드니 당연히 의사도 편하고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토매틱차가 기어차보다 반드시 좋다고는 할 수가 없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경륜 있는 의사의 판단과 기술은 로봇수술의 장점을 상쇄할 수도 있다는 것.

또 병원 차원에서는 의사의 수술시간이 짧아지니 수술 건수를 늘릴 수 있다. 병원

측에서는 무엇보다 이 수술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큰 장점이 있다.

전립샘암의 경우 기존 수술은 본인부담금이 200만원 정도지만 로봇수술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7.5배인 1500만원 수준이다. 자궁 난소암과 위암은 3배 이상, 대장암은

4배 이상, 식도암은 2.5배, 심장수술은 8배 이상 많다. 100만원~200만원 대 수술이

모두 1000만원 대 전후의 고액수술로 둔갑했다.

대형병원 고위행정직 출신인 L모씨는 “20여 년 동안 의료기기 관련 업무를 맡아서

의료기기에 관한 내막을 잘 알고 있다”면서 “로봇수술은 사실 불쌍한 암환자들의

주머니를 터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의료기기 도입과정에서

종종 검은 뒷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귀띔을 했다. 실제로 미국 병원에서 15만

달러(13억 9000만원)에 구입하는 다빈치가 한국에서는 23억~25억원에 도입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의료기기의 수입을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면 무분별하게 도입되는 의료기기를 제한할 수 있는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허가제’를 규제로 규정해 현재로선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환자들이 병원 측으로부터 비급여 치료를 종용받으면

이를 거부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다빈치 수술이 환자의 주머니를 털기

위한 편법이 아니기를 빈다”고 말했다.
 

    이주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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