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지나치면 우울증

성취도 낮은 사람에 빈번, ‘뇌의 병’ 적극적 치료 필요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외톨이. 주위에 대해 원한과 저주를 담은 메모가 발견됐다.

기숙사 여학생들을 스토킹했고 마지막 메모는 ‘너 때문에 이 일을 했다’였다.

미국 최대의 교내 참사로 기록된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고의 주범 조승희씨의 평소

행태를 종합하면 그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사실이 뚜렷하다. 국내 정신과 의사들은

“진단을 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보도로 봐서 조씨에게서 망상장애,

인격장애, 우울증 등의 징후가 보인다”고 말한다.

◆망상장애=한 달 이상 허튼 생각에 사로잡혀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병이다.

망상장애는 정신분열병과도 비슷해 보이지만 정신분열병은 뇌의 이상으로 사고나

감정의 조절 능력이 허물어져 실현 불가능한 망상을 하지만, 망상장애는 일견 그럴듯한

망상을 하는 것이 차이다.

망상장애는 사교성이 없고 성취욕에 비해 성취도가 낮은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여학생들을 스토킹한 것은 여러 가지 망상장애 중 남들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

‘애정망상’ 때문이다. 애정망상 환자는 상대방이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비밀스러운

사랑’으로 해석한다. 망상환자는 그냥 놔두면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조씨처럼 ‘대형사고’를

치곤 한다.

◆인격장애=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이헌정 교수는 “망상장애는 주로 중년 이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인격장애나 조울증 등에 무게를 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격장애는

과도한 기대와 일관성 없는 교육 등의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조씨는 여러 가지 인격장애 가운데 자기 밖에모르는 ‘자기애적 인격장애’ 또는

과도한 피해의식과 원한을 갖는 ‘편집증적 인격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우울증 또는 조울증=외신 보도에 따르면 조씨가 우울증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온 경우 침울한 상태와 들뜬 상태가 되풀이되는 ‘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신과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정신장애의 배후=성취 지향의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우울증, 조울증 등

기분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중압감이 쌓이면 우울증이 생기고 우울증이 도피의

방법으로 망상을 낳을 수 있다.

어릴 적부터 자신감을 갖고 자란 아이는 이런 정신장애의 가능성이 낮다. 망상의

조짐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감을 찾는 것만으로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감은

가족이나 동료와의 대화, 취미생활, 명상 등으로 회복할 수 있다.

미국의 중·상류층은 이들 정신장애가 생기면 ‘뇌의 병’으로 여기고 치료를

받지만, 한국인은 치료를 거부하거나 치료를 받아도 쉬쉬하면서 최단 기간 병원에

다니기 때문에 화근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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