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끔따끔 1년 매일 주사 맞아요!

호르몬주사 맞은 아이 70% '효과無' / 암, 척추변형 등 부작용 올 수도

따끔따끔…. 서울 A초등 5년 서연(12·가명)은 최근까지 매일 밤 고통을

참으며 ‘키 키우는 주사’를 맞아왔다.
서연은 키가 141㎝로 또래의

중간쯤이지만 부모의 성화를 이길 수 없었다.
9개월 동안 온몸에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 평소에도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주사

공포증’이 생긴데다 효과도 별로 없는 듯 했지만 엄마의 불호령 때문에

눈물을 삼키며 주사를 맞아야 했다.
서연을 구한 것은 독일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이모의 전화였다. 이모는 “외국 사람들이 보면 해외토픽

감”이라며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다고 키가 커지기는커녕 나중에

큰 병에 걸릴 수도 있다”며 말렸다. 그때까지 든 돈은 대략 900만원.

어린이들이 키 큰 자녀를 원하는 부모의 욕심과 의사, 제약회사의

상술 때문에 매일 밤 온몸 구석구석에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장기적인 안전성이 논란 중이어서 선진국에선

호르몬 분비 장애로 키가 크지 않는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처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키가 훤칠한 아이가 키를 더 키우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맞고 있다.


의사들은

아무리 진실을 얘기해도 부모가 막무가내로 나오면 주사를 처방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더러 부모로부터 “처방만 하면 되지 웬 말이 많냐”는

핀잔을 들을 때는 가운을 벗고 싶다는 것.
그러나 의사―제약회사의

수익을 위한 암묵적 합의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키가 보통인

딸에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혀야 하는지 고민 중인 회사원 황중필 씨(42)는

“아이에게 효과가 없다는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어린이가 효과 없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을까?
지난해

국내 성장호르몬 제제의 시장규모(500억~600억원)와 보험급여 청구 등을

종합했을 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 어린이는 약 5000명이고 이 가운데

70%인 3500명이 효과가 없는데도 주사를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는

△소아성장호르몬결핍증 △터너증후군 △소아만성콩팥기능저하증 △성인성장호르몬결핍증

△프라더윌리증후군(식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유전병) 등 5개 질환에

대해서만 보험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 학계에서는 이외에 성장판이

완전히 열려 있으면서 △2~15세 연 4~5cm 이상 크지 않을 때 △동갑

100명 중 가장 작은 3명에 포함될 때 △X-ray 상 뼈 나이가 호적나이보다

2살 어릴 때 △또래보다 10㎝ 이상 작을 때에 성장호르몬을 처방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 중이다.
프랑스의 대규모 연구 결과 키가

작아 저신장증에 해당되지만 성장호르몬 분비는 정상인 아이는 주사를

맞아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호르몬 제제를 판매하는 제약회사 관계자는 “아이가 키가 작아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비록 효과를 못봐도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자신감 있게

자라는 것이 낫다”며 “부작용은 비싼 의료비 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부작용 없는 약이 존재하기 힘들다. 현재까지 성장호르몬의

결정적인 부작용은 보고 되지 않았지만 현재도 여러 부작용은 있으며,

장기적인 위험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1985년까지 성장호르몬제제는 뇌하수체에서 뽑은 성장호르몬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광우병’과 유사한 ‘크로이츠펠트-야곱병’이 걸릴 수 있었지만

이후에는 유전자 조합제제를 쓰기 때문에 이 위험에서는 벗어났다.
지금껏

연구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은 1000명 중 1명에게서 양성뇌고혈압이

생겨 두통, 시력손실, 구역질, 구토 등이 뒤따른다. 또 주사를 맞으면

대퇴골(넙다리뼈)두골단분리증이 증가하고 척추측만증이 악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성장호르몬 제제의 암 유발에 대해서는 논란 중이지만

최근 급성림프구백혈병에서 회복된 어린이들이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골수종 발병 확률이 약간 올라가는 등 암의 재발과 관련 있다는 대규모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비록 성장호르몬 제제의 대장암 발병 확률도 크지는

않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비만형 당뇨병에 걸린 아이가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당뇨병이 악화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왕립호주내과협회(RACP)의 보고서는 아이에게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게 하려면 지금뿐 아니라 잠재적인 장점과 위험을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이것은 성장호르몬 분비 장애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이며, 선진국에서는 성장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없는데도 주사를

맞는 것은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키가 남들보다 큰 데도 키를

더 키우려고 성장호르몬주사를 맞는 어린이를 보면 외국 의사들은 무슨

표정을 지을까?

◇ 도움말
경희대 의대 내분비내과 김성운 교수

연세대 의대 소아과 김호성 교수

울산대 의대 정형외과 박수성 교수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조사연구부장

 

 

황운하 기자 newuna@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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