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 인상의 이유는 모순?

“담배는 서민이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안주거리인데, 값을 또 올리려다니….”

보건복지부는 이번 정기국회에 기필코 담뱃값을 올려야 하지만 야당의 반대 때문에 곤혹스러운 모양이다. 이번에도 담뱃값 인상에 실패하면 부족한 복지 예산을 채우기 위해 내년 건강보험료를 당초 예고한 5.6%에서 7~8%로 올려야하니 안달복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복지부의 담뱃값 인상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담뱃값을 인상하면 흡연율이 떨어져 국민 건강에 좋다는 것은 옳다. 담뱃값을 인상하며 여기에서 나온 세금을 복지예산으로 쓰겠다는 전제도 그럴싸하다. 하지만 두 이유는 적어도 논리학적으로 모순(矛盾)이다.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이 떨어지면 담배가 덜 팔린다. 그렇다면 담뱃값에 대한 세율을 웬만큼 올려도 세금이 덜 걷힐 것이다. 그렇다면 복지예산은 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실 세계에서 두 가지 논리를 떼어내 보면 둘 다 타당해 보인다. 두 모순 명제가 절묘한 인상률과 시기라는 초점에서 수렴한다면, 당분간은 효력을 보일 듯하다.

우선 값 인상과 복지 예산에 대해 살펴보자. 항간에 ‘흡연은 세금을 피우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 담배는 세금 덩어리다. 2500원짜리 담배에는 61%인 1542원의 세금이 붙는다. 세금의 종류는 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기금 등 6가지나 되며 한 해 5조원의 세금이 담배에서 나온다고 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담뱃값이 500원 인상하면 내년에만 2200억원의 추가재원이 마련된다고 한다. 이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국민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논리도 틀렸다고 몰아붙일 수 없다.

문제는 복지부가 담뱃값 인상을 전제로 복지 지출 항목을 짠 ‘외줄타기 예산 정책’에 있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예산과 보험요율 등의 한계가 엄연한 상황에서 담뱃값 인상을 전제했다는 것을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다음으로, 담뱃값과 건강 논리에 대해 따져보자. 복지부는 담뱃값이 오르면 흡연율을 떨어져 우리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주장한다. 담뱃값 인상이 시작한 뒤 성인 흡연율은 2005년 52.3%에서 올해 6월 45.9%로 떨어졌다는 것.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와 가족과 주위의 압력 등이 먹혀서이지 담뱃값이 올라 흡연율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고 반박한다.

한나라당은 담뱃값을 올려도 흡연율은 안 떨어지고 서민 부담만 가중된다며 불경기에 서민이 스트레스를 풀 안식처를 빼앗아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주장에는 더욱 더 수긍하기 힘들다. 한국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늘 있어왔으며, 박 의원이 주장하는 여러 요인만이 유효하고 담뱃값 인상은 효과가 없다는 것은 다소 무리한 주장인 듯하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하락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담뱃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국내 담뱃값은 선진국의 30%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흡연자들이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아도 실제 담배에 대한 벽이 너무 낮다.

필자가 골초였을 때에도 미국과 유럽 각국의 호텔에서 담배를 살 때 지갑이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필자가 담배를 끊는 데에도 담뱃값 인상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서민이 스트레스를 풀 방안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무지하기 그지없다. 우선, 의학적으로 담배는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이 아니며, 오히려 담배가 스트레스 요인이다. 또 서민은 왜 담배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가. 가족과 함께 한강 둔치를 달린다든지, 대화의 시간을 늘리는 것이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다.

최근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ivide)에 이어 건강 격차(Health Divide)가 사회 문제화하고 있다. 건강 격차에 고갱이에는 담배가 있다. ‘스모킹 디바이드’(Smoking Divide)라고 할 만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담뱃값을 올리는 데에 필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 논리의 외형상 모순을 피하려면 보완책이 필요하다. 담뱃값이 올라 흡연율이 ‘뚝뚝’ 떨어져도 보건정책의 지출이 영향 받지 않도록 기본적 예산의 확충이 필요하다. 선진국 중에서 담뱃값이 한국보다 싼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 듯, 의료보험요율과 보건복지 예산 비율이 한국처럼 낮은 나라 역시 발견하기 힘들다. 보험요율을 올리는 것은 인기가 없는 정책이지만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며, 보건복지 예산의 확충을 위해서는 ‘건강과 복지야말로 선진국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이라는 인식이 전체 부처로 확산돼야 한다.

담뱃값을 인상하되, 예산 상 보완점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헬스 디바이드’를 줄이고 결국에는 서민의 시름도 줄이는 길이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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