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는 노처녀보다 석녀?

최근 연합뉴스의 외신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독신 여성들이 유부녀보다 오르가슴을 더 잘 느낀다는 연구결과였다.

이 기사에 따르면 40~70대 여성 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배우자가 없을 때 ‘자신에게 더 잘 몰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면서 실소가 나왔다.

방법론이 문제였다.

이 조사는 두 그룹에게 자위를 시켰더니 독신은 56%가 오르가슴을 경험했지만, 유부녀는 24%만 느꼈다는 것으로부터 이런 결론을 내렸다.

흔히 남성은 성기로 성행위를 하지만, 여성은 뇌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여성의 성행위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통해 오르가슴에 도달한다. 어떤 사람은 침실의 밝기만 바뀌어도, 남편이 샤워를 안 해도 흥분에 실패한다.

그런데도 자위를 통해 오르가슴 정도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비약이다.

유부녀는 평소 자위를 통해 오르가슴을 느낄 이유가 노처녀나 이혼녀보다 훨씬 적다. 남편과 사랑을 통해 자연스럽게 오르가슴을 느끼는 사람에게 자위 때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않으니 성기능 장애라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

이 기사를 다시 보니 호주 발(發)이었다. 몇 달 전 한국을 떠들썩했던 ‘콩의 암 유발 논란’도 같은 나라에서 나온 외신이었던 것이 기억나 씁쓸했다. 같은 기자가 아니기를 빈다.

만약 두 기사가 같은 기자가 쓴 것이라면 자질의 문제다.

과학 기사를 쓸 때에는 늘 어떤 방법을 써서 어떤 논문에 게재해서 동료들로부터 어떤 리뷰를 받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전체적으로 합리적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기자에게는 기본이다.

최근 한 병원에서 식물에서 추출한 항암제로 말기암 환자를 치료했다는 보도가 각 언론에 소개됐는데, 그 기사를 보니 연구진의 방법론이 무지 그 자체였다.

약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필수적인 비교분석은 차치하더라도, 환자가 과연 그 약 때문에 나았는지에 대한 어떤 증거도 없었다. 그런데도 기사를 쓰다니…

서울대 늑대 복제 관련 논란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그 보도를 접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이언 윌마트가 편집장으로 있다는 그 생소한 잡지의 임팩트 팩트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그 잡지는 SCI 논문이 아닌 것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그 기사의 보도에 신중했어야 한다.

요즘 의학 전문지를 거쳐 오랜 기간 의학 기사를 썼거나 의사 출신이어서 전문성을 갖춘 기자들이 많아 몇 년 전 같은 황당한 의학기사는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과학적 사고력이 약한 외신 기자나 젊은 대학교 출입 기자가 비합리적인 기사를 수시로 내놓고 있다. 이들은 쓰지 않아야 될 기사와 써야 될 기사도 구분하지 못한다. 때로는 이들이 쓴 함량 미달의 기사가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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