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경보장치 통증 참다간 병된다

“아이구, 의사가 생사람 잡네.”

병원에서 환자의 고통스러운 치료과정을 지켜보는 가족은 가슴이 찢어지게 마련. 심지어 의사가 ‘냉혈한’으로 보이기도 한다.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의 통증에 대해 무관심하다.

최근 서양의학에서 이에 대해 반성의 기운이 일고 있다. 통증이 당장 생명을 앗아가지는 않지만 체력을 급격히 떨어뜨려 목숨을 위협하는데다 통증이 병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

▼통증이란?

통증은 생명 유지에 ‘필요악’. 자극이 일정한 세기(문턱값)를 넘어 몸에 해가 될 성 싶으면 통각신경이 흥분돼 아프다. 일종의 ‘경보장치’인 셈. 통각신경의 문턱값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화상(火傷) 뒤 살짝 건드려도 아픈 것처럼 ‘통각 과민’이 된다. 지나치게 높으면 축구선수가 다쳐도 아픈줄 모르고 뛰거나, 전쟁 중 총에 맞고도 이를 모르는 ‘통각 감소’ 또는 ‘무통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주립대(UCSF) 연구팀은 통증이 염증을 조절해 관절염 대장염 등을 예방하게 된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통증의 종류

우리 몸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으며 증세에 따라서 여러 종류로 나타난다. 두통에도 수 십 가지가 있을 정도.

통증에는

△손상 부위에서 떨어진 곳이 아픈 ‘연관통’(맹장염 때 다리가 아픈 것)

△다리나 발가락이 절단됐는데도 잘려진 부위가 아픈 ‘유령통’도 포함된다. 유령통은 잘린 조직과 연관되는 신경계가 남아있어 생긴다.

한편 통증의 주관적 느낌을 수치화한 맥길척도에 따르면 분만통이 가장 아프다. 처음 임신한 경우 분만통은 35, 두 번 이상 임신한 경우 30으로 암환자의 통증 27, 뼈가 부러질 때의 통증 20보다 훨씬 높다.

최근 미국 시라큐스의 뉴욕주립대(NYSU)에선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등을 이용, 만성통증에 반응하는 대뇌피질 세포군의 위치를 파악해 지도로 만들고 통증의 세기를 1∼10단계로 나눠 수치화하는데 성공했다.

▼통증 억제 물질

통증을 줄여주는 마약성 진통제엔 여러 종류가 있다. 잘 알려진 아편은 양귀비에서 얻은 것. 아편에서 진통효과가 뛰어난 물질을 뽑아낸 것이 모르핀으로 그리스신화의 ‘꿈의 여신’인 모르피우스(Morpheus)와 아편(Opium)의 합성어다.

74년 모르핀과 진통효과는 비슷하고 중독이 안되는 것으로 보이는 ‘영웅적 약’이 개발돼 헤로인(Heroin)이라고 명명됐다. 그러나 몸에 들어가면 곧바로 모르핀으로 변하는 것으로 밝혀져 이름이 무색해졌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몸에서 ‘천연 아편’인 엔돌핀이 생기고 이 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똑같은 자극에 대해 사람마다 통증이 다른 것은 수용체에서 엔돌핀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

○만성통증 어떻게 치료하나

‘제3의 의학’.

주로 만성통증을 다루는 통증의학의 또다른 이름. 약물요법과 수술요법의 한계를 벌충한다는 뜻에서 이같이 불린다. 통증의학을 맡는 마취과 의사는 진통소염제나 물리치료로 낫지 않는 환자의 신경 부위에 주사로 약물을 투입하는 ‘신경치료’로 통증을 줄이거나 없앤다.

▽신경차단술〓신경에 아주 가는 바늘의 주사로 약물을 투입, 통각신경의 흥분 문턱값을 낮춰 정상으로 돌리는 치료법. 신경과나 신경외과에서 두통으로 진단받아 치료받았지만 효과가 없는 경우나 물리치료 또는 약물요법으로 낫지 않는 요통, 월경통 오십견 목통증 등 150여 가지 만성통증에 효과가 있다.

▽신경파괴술〓약물로 신경을 아예 죽여 통증을 못느끼게 한다. 뇌혈관이 얼굴신경을 눌러 고통을 참기 힘든 ‘삼차신경통’의 경우 약물치료는 일시적 효과 밖에 없고 수술요법은 전신마취를 해야한다. 그러나 신경통증클리닉에선 1,2분 만에 치료할 수 있다. 말기암이나 대상포진의 통증 치료에도 효과적.

▽미국에선〓유전자치료로 통증을 줄이는 방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국립보건원은 통증억제 단백질을 방출하는 유전자를 바이러스와 결합시켜 몸에 넣어 통증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템플대학병원에선 최근 환자의 수술부위에 국부마취제를 계속 투입하는 펌프를 넣어 수술 뒤 통증을 없애는 치료법을 개발,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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