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요법-불임정복 새 대안 부상

여덟 번 유산(流産)한 여성이 있다. 이 여성이 아기 낳기를 단념하기 직전 의사는 마지막으로 혈액 검사를 권했고 여성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이에 응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이 여성이 ‘생식면역학’의 도움으로 출산에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생식면역학은 임신부의 면역체계가 정자나 태아를 ‘이물질’ 또는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지 않고 포용할 때 비로소 임신에 성공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불임을 치료하는 분야.

환자 매리 슈메이커는 혈액 검사에서 인지질 항체가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항체가 태아를 공격해 산소와 영양소의 보급로를 차단시켜 거듭 유산한 것으로 드러난 것. 슈메이커 씨는 면역력을 억제시키는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고 건강한 늦둥이를 낳았다.

이 시사주간지는 그 아이, 루카스가 세 돌을 지나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며 출산면역학 역시 루카스 처럼 잘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 분야에 대한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생식면역학 중 특히 성행위를 자주 하는 ‘섹스요법’이 주요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카고 세르불임연구소의 카롤린 쿨램 박사는 “설명되지 않는 불임의 80%는 면역체계와 관련이 있다”면서 “이 경우 임신 전 잦은 섹스 등으로 면역체계만 조절하면 임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왜 엄마가 아기를 공격할까?

임신 초기의 수정란, 배아, 태아는 절반만이 모체에서 왔다. 나머지는 아버지에게서 온 ‘이물질’이다. 임신부의 면역계는 이 이물질을 마치 몸속에 침투한 박테리아처럼 인식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일부 여성은 남성의 정액을 ‘끔찍한 침입자’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심지어 허벅지에 정액 한 방울이 떨어져도 종기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여성이 정자를 받아들여도 태아단계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태아는 엄마의 몸속에서 공격적으로 뿌리를 내리는데 일부 생물학자는 이 과정을 암이 인체에 똬리를 트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태아는 산소와 영양소를 얻기 위해 태반을 키워 엄마 자궁의 혈관을 붙잡는다. 또 임신 10주경에는 자신의 세포들을 엄마의 혈관에 흩뿌리고 이 세포들은 마치 암세포처럼 번져나가 허파에 닻을 내린다.

호주 아델라이드대의 켈턴 트레멜런 박사는 이런 태아에 대한 면역계의 공격이 ‘장애의 스펙트럼’을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임신중독의 일종으로 임신부의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서 다리가 붓고 심하면 혼수 경련 등으로 생명이 위협받는 ‘자간전증(子癎前症)’을 비롯해 반복된 유산, 저체중아 및 선천적 기형아 출산 등 다양한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

▽면역계를 진정시키는 성행위

일부 생식면역학자들은 임신부의 면역체계에 대한 이해가 인간의 성행위에 대한 혁신적 개념을 낳았다고 말한다. 즉 부부가 성행위를 자주 해서 아내가 정자에 자연적으로 ‘감염’돼 면역반응이 조절된 것이 온전한 임신과 종족 보전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임신 전에 아내가 남편의 정액을 반복적으로 접하면 면역계가 남편 정자의 유전자를 인식해서 공격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아델라이드대의 구스타프 데커 박사는 “한 번 사정 때 수백만개의 정자세포가 질(膣) 속으로 들어가는데 오직 하나만 난자와 수정을 하고 나머지 정자들은 아내의 면역계에 침입한 유전자가 해롭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정자들의 이런 역할은 매번 성행위 때마다 일어난다. 여성 면역계의 백혈구는 자궁 입구에서 남성의 단백질을 찾아내 ‘주둔지’인 림프계로 잡아오는데 그곳에서 림프계는 점점 그들을 알아챈다는 것이다.

이는 역학조사에서 입증되고 있다.

부부 1011쌍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임신 전 적어도 12개월 동안 성관계를 가진 경우 자간전증이 생길 확률이 5%이지만 임신 전 4개월 이하만 성관계를 가지면 40%가 자간전증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콘돔을 계속 써서 여성이 남편의 정액과 접촉할 기회가 봉쇄된 경우 자간전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성 1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 남편과의 사이에 아무런 탈 없이 아이를 가진 경우에도 새 남편과의 관계에서 금세 임신하면 자간전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학자들은 오럴 섹스가 온전한 임신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 방법으로 정액을 접한 여성의 면역계는 남편의 유전자가 해롭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식한다는 것.

데커 박사는 “임신부 85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정기적으로 오럴섹스를 하면 자간전증이 안 생기는 확률이 생기는 확률의 두 배였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테네시의학센터의 내분비학자인 윌리엄 쿠데흐 박사는 “이들 주장은 흥미롭지만 역학 조사 결과에만 집착했고 임신부의 면역계가 적응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자는 혈액의 항체 테스트는 가능하지만 태아에 대한 면역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섹스요법의 신뢰성에 의문을 나타낸다.

또 지나친 섹스는 정자의 활동력을 떨어뜨려 오히려 불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서울 강남차병원의 조정현 박사는 “오럴섹스의 경우 오히려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 없이 섹스요법에만 매달리면 불임치료의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러사람과 성교, 임신 가능성 줄여”▼

사람은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임신에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일부 학자들은 인류가 뇌를 발전시킨 대가(代價)라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영양분을 필요로 한다. 임신 6∼9월에 태아는 60%의 에너지를 뇌 활동에 쓴다. 다른 포유동물은 이때 에너지의 20%를 뇌에 사용한다.

사람은 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태반을 발전시켰고, 태반은 모체의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모체의 혈관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또 이런 공격성이 임신모의 면역계의 거부 반응을 촉발시켜 임신 때 각종 부작용이 나타난다.

자간전증의 대가인 피에르 이브스 로빌러드 박사는 “이런 합병증은 인류가 일부일처제를 선호하는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즉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성행위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첫 행위 이후 7개월 이상 지내야 임신에 성공한다. 이 정도 시간이 흘러야 여성이 남성의 정자와 태반에 대해 거부 반응을 덜 보인다는 것. 한 사람과의 잦은 성행위가 임신을 가능케하지만 여러 사람과의 성교는 임신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조정현 박사는 “많은 사람과 상대하는 직업여성은 피임약 복용 여부와 상관없이 임신율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생물학적 배경이 곧 일부일처제를 선호하게 됐고 인류의 종족 번식을 가능케한 것이다.

▼섹스요법 이외의 방법은▼

임신부의 면역계를 진정시켜 정자나 태아를 공격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섹스요법 이외에도 많다.

루카스를 출생케 한 일등 공신인 면역 글로불린 주사요법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방법은 면역계에서 이물질과 직접 싸우는 킬러세포의 양을 줄이고 자기 몸의 특정 성분에 반응하는 ‘자가항체’의 힘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시카고의대의 한국인 교수 곽영희 박사가 주도하고 있는 ‘면역구 주사요법’(LIT)이다. 이는 남편 면역계의 림프구를 아내의 정맥이나 피부 밑에 주사해서 아내가 남편의 면역체계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게하는 것이다. 이 경우 킬러세포의 공격성이 억제되고 염증 반응이 줄어든다. 대신 임신부의 면역계가 보호해야 할 것과 싸워야 할 것을 가리는 ‘똑똑함’을 갖추게 된다.

곽 박사는 “면역 글로불린 요법이 면역계를 진정시켜 유산이 되풀이되거나 시험관 아기 시술에 실패한 불임 여성의 임신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임상 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하지는 못했다”면서 “LIT는 여러 인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미국 정부가 사람의 세포와 조직 연구에 관한 규제를 시작했기 때문에 내년 초 식품의약국(FDA)의 지휘를 받아 대규모 추가 임상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헤파린이나 어린이용 아스피린을 복용하게 해서 면역계를 억제하고 피떡이 태반에 엉기는 것을 막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정자에 있는 화합물로 아내에게 ‘나를 공격하지 말고 포용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TGF-β를 여성에게 직접 주사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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