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복제인간 고교생 ‘아담’의 일기

《2002년말 종교단체 라엘리안 무브먼트가 만든 생명공학 회사인 클로네이드가 인간 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뒤 한때 이에 대한 진위가 화제였다. 그러나 조만간 누군가가 ‘만든’ 복제인간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일부 과학자들은 “복제인간도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과 100% 같을 수 없으며 1978년 첫 시험관 아기 루이스 브라운이 태어났을 때 종교계가 경악했지만 곧 현실이 됐듯 인간복제도 자연스럽게 인류 문화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인간복제가 현실화될 때 생길 문제들을 2025년 가상의 고교생 아담의 일기를 통해 짚어본다.》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 오늘밤에도 혼란과 격분 속에서 나를 찾는다.

모두들 나 같은 사람을 ‘클론족’이라고 부르지. 클론은 새싹, 자손, 후예를 뜻하는 그리스말에서 온 말이라더군.

몇 십 년 전 과학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내 모습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교 때 사진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

과학자들은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인간에 침투한 박테리아의 흔적이고, 복제 과정에서 난자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영향을 받아 복제인간이 처음 태어날 때부터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과 모든 것이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지.

그런데 왜 나는 아버지의 아들인데, 똑같은 방법으로 태어난 옆집의 모세는 왜 체세포를 제공한 노아의 동생이지? 나는 아버지가 마흔 살 때 태어났고 모세는 네 살 때 교통사고로 숨진 형을 복제했다는 차이밖에 없는데…. 생물시간에 배운 대로라면 분명 모든 복제인간은 체세포 제공자와 ‘태어난 시간차가 많은 일란성 쌍둥이’일 따름이 아닌가?

아버지 문제는 아무 것도 아니야. 도대체 지금의 어머니가 정말 어머니일까? 형을 낳은 뒤 난소암을 앓아 어머니는 불임(不妊)이 되었다지.

부모님은 난자은행에서 난자를 구입해서 아버지의 체세포를 넣고 인간복제회사에서 고용한 대리모(代理母)의 자궁을 통해 나를 태어나게 했어.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것일까. 그동안 복제회사에서 복제 과정 중 기형이 된 아이들을 폐기 처분한 사례는 얼마나 많았던가. 지금도 클론병원에서는 기형아들의 신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시민단체의 의견에 귀기울이는 사람이 적은 것이 또 나를 참담하게 해.

지금도 과학자들은 많은 복제인간이 출생 뒤 몇 달 안에 갑자기 숨지는 이유를 못 밝히고 있지.

20여 년 전 과학자들이 동물 복제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예로 들면서 인간복제의 위험에 대해 경고했을 때 거기에 따라야 했어.

그런데 신의 존재를 믿는 나는 왜 교회에 가지 못하는 거야. 고리타분한 종교인들이 복제인간의 세례를 반대하고 있지만 나도 결국은 신의 피조물 아닌가.

나의 장래도 불안하기만 해.

아버지는 45세 때 췌장암으로 돌아가셨지. 나는 아버지 별세 직후 췌장암과 관계있는 유전자를 교정했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 또 아버지는 30세 때 하버드대 교수가 됐고 35세 때 하원의원이 됐는데 나는 왜 반에서 10등 안에도 못드는 걸까. 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법도 문제야.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나의 모든 재산을 자식들에게 남긴다’는 유언을 남겼지만 현재로서는 내가 아버지의 유산을 받을 가망은 희박해. 가족법상 분명 아들이지만 상속법에서 아들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에 모든 재산은 형이 물려받을 거야.

어제 세계사 시간에는 너무 곤혹스러웠어.

선생님은 몽골제국이 막내 상속제 때문에 망했다고 하셨어. 상속의 예측 가능성이 깨지면서 가족 간에 분란이 일어났고 이 때문에 망했다는 것은 좋아. 왜 복제인간 시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해서 모두들 나를 쳐다보게 만드는 거야.

무엇보다 부모와 아이들이 단란하게 지내는 가정을 보면 부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 나는 넓은 바다 속의 섬과 같다는 느낌이 들어.

여자친구 아마존은 더 불쌍해.

여권론자인 어머니가 자신의 체세포로 아마존을 낳고 아마존이 남자와 사귀는 것조차 막고 있지. 그녀는 외할아버지를 아버지로 느끼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우리의 이런 불행은 안중에도 없는 듯해. 지금 일부 학자들은 비밀리에 초기 수정란 세포를 융합해 두 개체의 특성을 모두 지니도록 만든 ‘키메라’나 다른 종류의 난세포와 정자세포를 융합해 만든 혼혈종인 ‘하이브리드’를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지.

이들의 호기심과 탐욕을 어떻게 막을 수는 없나. 왜 나는 과학자들의 욕심 때문에 태어나서 이런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나. 아, 오늘도 무겁고 깊은 밤이 지나고 있다.

▼복제인간시대 땐 사이버섹스가 대세▼

복제인간 시대에는 남편이라는 직업이 사라진다.

남편 없이도 아기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랑의 결실로 결혼을 하고 ‘고귀한 육체의 만남’ 끝에 아기를 갖는 고전적 성 개념은 빛이 바랜다.

이런 성개념의 혁명과 맞물려 뒤처리 과정이 번거로운 아날로그형 섹스 대신 가상 공간에서의 디지털형 섹스가 대세를 이룰 가능성도 크다.

디지털형 섹스가 대세를 이루면 아날로그형 섹스에 집착하는 사람이 변태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성행위와 관련한 예상치 않은 윤리 문제가 불거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생물학적으로 복제인간은 체세포 제공자와 일란성 쌍둥이의 관계인데 그렇다면 이성(異性) 선호도가 비슷하기 쉽다. 이에 따라 체세포 제공자의 연인이나 배우자를 사랑한다면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현실화된 것으로 봐야할까 아니면 형수 또는 형부를 사랑하는 것으로 봐야할까.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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