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목숨을 빼앗아가는 폐암

 

록 음악 평론가들은 ‘기타의 신(神)’ 에릭 클랩톤의 대표곡으로 한결같이 ‘Layla’를 꼽는다.

이 노래는 클랩톤이 친구 조지 해리슨의 아내 패티 보이드에게 바친 곡. 비틀스의 멤버 해리슨은 프랭크 시나트라가 최고의 사랑노래라고 극찬한 ‘Something’을 보이드에게 헌정하고 결혼에 골인했는데, 친구에게 아내를 양보했다. 클랩톤은 보이드와 결혼하고 그 기쁨을 ‘Wonderful Tonight’이란 노래로 만들어 아내에게 선사했고.

친구에게 아내를 ‘조용히’ 양보한 해리슨이 2001년 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영국은

나라 전체가 비탄에 잠겼다.

한국에서 코미디언 이주일이 폐암으로 숨졌을 때 이상이었다.

BBC 방송은 그의 부음을 알리는 기사 제목을 ‘조지 해리슨, 조용한 비틀스’로 달았다. 그는 그만큼 조용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그의 목숨을 앗아간 폐암 역시 ‘조용한 암’으로 통한다. 암이 진행되기 전까지 증세가 거의 없어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기 발견시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70%를 넘는다.

그러나 수술이 가능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전체 폐암 환자의 15%에 불과하다.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전체 폐암 환자의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14%에 그치고 있다.

폐암은 90년대 중반까지 국내 암 중 간암 위암에 이어 사망률 3위였지만 어느새 국민 건강을 파먹기 시작해 올해에는 위암을 제치고 사망률 1위의 암이 됐다.

▽표적 공격하는 항암제〓한때 국내 폐암 환자 사이에는 미국에서 3차 임상시험 중인 ‘이레사’(ZD1839)가 화제였다. 이레사는 폐암이라는 ‘적군’의 진지를 표적삼아 제한적으로 공격하는 ‘스마트 폭탄’으로 폐암 캠프 일대를 초토화하는 ‘핵폭탄’은 아니다. 폐암은 소세포암과 비(非)소세포암으로 분류되는데 이레사는 비소세포암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를 차단하는 ‘통신망 폭격제’에 속한다. 미국의 임상시험 결과 암 세포가 절반가량 감소한 환자가 투여 대상의 18∼2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임상시험중인 ‘통신망 폭격제’는 이밖에도 많다. 그 가운데 하나인 C225는 유방암에서 효과가 입증됐으며 폐암에서도 효과가 기대된다.

또 만성골수구백혈병의 치료제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글리벡은 특정한 효소가 발견되는 일부 소세포 폐암의 효소를 집중공격해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밖에 암세포가 주변 조직으로 파고들기 위해 주변 조직을 분해하는 효소를 무력화시키는 ‘MMP 억제제’와 혈관 생성 억제제 등 수많은 신약이 임상 시험 중이다.

▽수술 및 방사선 치료법의 발전〓현재 1, 2기 환자는 수술이 원칙이다. 최근 수술법의 발전으로 이전에는 수술을 포기했던 환자도 수술할 수 있게 되었으며 수술 전후에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 치료율을 높이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방사선 치료는 강한 방사선을 쏘아 암세포를 파괴하거나 적정량의 방사선을 투여해서 증상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이중 입체 조형 방사선 치료는 환자의 환부를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찍어 모의 치료기로 CT 사진을 재구성해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친 다음 5, 6개 방향으로 치밀하게 방사선을 쏘는 것.

지금까지의 2차원 방사선 치료법보다 더욱 정확하게 강한 방사선을 쏠 수 있어 ‘오폭(誤爆)’ 가능성을 낮춘 것. 국내 주요 대학병원도 이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다.

항암제 병용 방사선 치료는 적절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것. 미국에서는 몸은 건강한 편이나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의 환자는 이 방법을 치료하는 것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국내에도 도입돼 3기 환자의 치료에 주로 쓰이고 있다.

강도 조절 방사선 치료는 방사선 치료 조사면(照射面)을 1㎠ 이하로 분할해서 암세포에는 강한 방사선, 정상 세포에는 약한 방사선을 쏘는 것. 미국의 일부 암센터에서는 암 세포 내의 특정 부분만 방사선으로 폭격하는 ‘분자 표적 방사선 치료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흡연과 폐암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며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흡연자일 경우의 ‘간접흡연’도 어린이나 임신부 등에는 치명적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3000여명의 간접 흡연자가 폐암으로 숨지고 있다. 또 청소년기에는 아직 폐의 세포와 조직이 미숙한 상태이므로 발암 물질의 영향을 더 받는다.

담배를 끊으면 폐암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금연한다고 폐암의 위험이 바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흡연 경력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폐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비타민A 생성을 유도하는 물질인 레티노이드를 투여하면 기관지 점막 세포가 암 세포로 바뀌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 현재 진통소염제로 사용되는 ‘콕스2 억제제’를 투여하면 암세포의 증식과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의 생성을 동시에 막을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현재 보통 CT보다 방사선 양을 6분의 1로 쬐는 ‘저용량 CT’를 통해 암을 조기 진단하는 방법이 개발돼 국내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폐암의 크기가 1㎝ 이하면 대부분 치료가 가능한데 이 진단법으로는 3㎜의 암도 발견할 수 있다.

 

    이성주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