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샘 항진증’ 증상과 치료

덥다! 조금만 움직여도 몸에서 열이 나고 속옷이 땀에 흠뻑 젖는다. 재작년 둘째 아이를 낳고 산후 관리를 잘못한 탓일까? 숨이 차고 쉬 피로해진다. 앉아서 TV를 보는데도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양도 줄어들었다. 몸무게는 지난 한 달새 2㎏이 빠졌다.

이같은 증세 때문에 최근 병원을 찾은 주부 장모씨(37·경기 고양시 마두동)는 ‘갑상샘(방패샘) 항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장씨의 경우 목이 ‘두툼하게’ 부어올랐는데 이는 갑상샘 항진증의 대표적 증세. 그는 그동안 ‘임신 중독 때 부어오른 것이 빠지지 않아서 그럴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담당 의사는 “갑상샘 항진증은 고통도 문제이지만 방치하면 부정맥과 심장기능 저하, 뼈엉성증(골다공증) 등 치명적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갑상샘과 항진증〓갑상샘은 목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의 안쪽에서 숨통을 감싸 듯 자리잡고 있다. 갑상샘은 방패 모양(甲狀)의 샘이란 뜻으로, 체온을 36.5도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자동 냉온방 장치’다. 갑상샘 항진증은 이 곳에 이상이 생겨 몸이 과열되는 병. ‘갑상샘 중독증’이라고도 불린다.

갑상샘 항진증은 여름에 여성을 괴롭히는 대표적 질환 중 하나이지만 남성도 걸린다.

20∼40대 여성이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5∼8배 많다. 70∼90%는 갑상샘을 자극하는 물질이 비정상적으로 분비되는 ‘그레이브스병’ 때문에 생긴다.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며 스트레스와 과로가 병을 촉발시킨다.

나머지는 대부분 ‘중독 다결절 갑상샘종’. 원인은 뚜렷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갑상샘에서 작은 결절이 불규칙적으로 자라나면서 갑상생 호르몬을 많이 만들어내는 병.

▽증세〓장씨의 경우 갑상샘 항진증의 대표적 증세들을 두루 갖췄다. 대부분은 장씨처럼 체중이 줄지만 극히 일부에서는 되레 늘기도 한다. 이밖에 매사에 짜증을 부리고 안달복달 한다. 손발이 파르르 떨리는 사람도 있다. 일부는 눈꺼풀이 붓거나 눈이 튀어나오거나, 충혈 이물감 등 눈병 증세가 나타난다. 특히 눈병 증세는 흡연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일부 의사들은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갑상샘 항진증 환자라고 추정한다. 이집트 덴데라 사원의 부조에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목 앞부분이 정상인에 비해 크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다. 갑상샘 항진증에 걸리면 날씬해지고 눈은 놀란 듯 커져 보이며 얼굴이 발개지므로 평소보다 더욱 예쁘게 보일 수도 있다.

▽진단과 치료〓증세만 갖고도 대략 병을 알 수 있으며 △혈액 내 호르몬 검사 △방사성 요오드 섭취율 검사 △갑상샘 스캔 △자가면역 항체 검사 등으로 병의 정도를 판정한다. 그레이브스병이 원인일 때 1∼2년 갑상샘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50% 정도 치료된다.

약이 듣지 않는 그레이브스병이나 대부분의 중독 다결절 갑상샘종 환자의 경우 갑상샘의 일부만 남겨두고 90%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는다. 수술시 1주 정도 입원해야 하며 완치율은 70∼90% 정도다.

더러 재발하는 경우도 있고 되레 기능이 저하될 수도 있다.

약이나 수술로 낫지 않는 환자에겐 갑상샘을 파괴하는 방사선 동위원소인 요오드를 투여하는데 완치율이 90% 이상이지만 부작용으로 갑상샘의 기능이 저하되기도 한다.

더러 기운이 없다고 염소나 뱀 등을 보신용으로 먹는 환자도 있는데 소용이 없다. 호르몬의 이상으로 영양소가 다 열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 셈이다.(도움말〓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박정수교수)

◇체중늘고 손발 차갑다구요?

갑상샘의 기능이 너무 왕성해도 문제이나 기능이 떨어지는 저하증도 병이다.

이 병은 항진증과 반대로 식욕이 떨어져 덜 먹는데도 체중이 늘고 추위를 잘 타며 손발이 차가워진다. 또 생리량은 많아진다.

얼굴과 손발이 잘 붓고 기운이 없어진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더러 말이 느려지기도 한다.

40∼50대 여성에게 많이 발병하며 갑상샘에 염증이 생겨 전체적으로 커지면서 딱딱하게 만져지는데 표면이 약간 오돌토돌한 경우가 많다. 갑상샘 제거 수술을 받았거나 요오드 치료를 받은 경우에도 저하증이 오지만 이 때에는 갑상샘이 커지지 않는 것이 특징. 치료가 늦어지면 심장병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긴다.

환자는 부족한 갑상샘 호르몬을 매일 약으로 보충해야 한다.

임신부 중 ‘약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며 갑상샘 호르몬제를 꺼리는 환자가 있는데 이 약은 임신부나 태아에게 해롭지 않다. 임신 초기에 병을 방치하면 아이의 뇌 발달이 저해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편 여성 10명 중 1명은 출산 뒤 갑상샘 기능이 왕성해졌다가 나중엔 정상보다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의학적으로 ‘갑상샘 행진’이라고 부른다. 출산 이후 3개월경 일시적 항진증이 한 달 정도 지속되다가 사라지지만 100명 중 6명은 항진증 환자가 된다. 이후 3개월 뒤에는 갑상샘이 커지면서 잠시 저하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부분 회복되지만 100명 중 4명은 저하증 환자가 된다. 따라서 출산 뒤 기운이 없고 몸이 불어나면 산후 조리 잘못으로 여기기보다는 갑상샘 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목에 난 혹’ 걱정하지 마세요

종합검진 때 갑상샘에 혹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크게 걱정하기 마련.

그러나 혹이 곧 암은 아니다. 전체 인구의 5∼10%에게서 갑상샘 혹이 발견되지만 이 중 ‘양성 종양’이 90% 이상이고, ‘악성 종양’인 암은 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혹이 딱딱하거나 울퉁불퉁하고 잘 움직이지 않으며 목 옆의 림프절이 부은 경우에는 암일 가능성이 높다. 또 갑상샘 혹의 경우 주로 여성에게서 나타나는데 남성에게서 혹이 만져지면 양성 종양보다는 암을 의심해야 한다.

양성 종양인 경우 크기가 작고 갑상샘 기능에 아무 문제가 없으면 치료가 필요없다. 대부분은 약물로 치료하는데 6개월 동안 갑상샘 호르몬제를 복용해서 혹의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면 치료를 계속하고 효과가 없으면 관찰하거나 수술한다.

양성 종양이라도 주변 조직을 압박해서 숨을 쉬거나 음식을 삼키기 곤란할 때, 외관상 문제가 있을 때, 방사선을 쪼인 적이 있을 때, 지속적으로 혹이 커질 때엔 수술받는 것이 좋다.

암이란 ‘선고’를 받았다고 자포자기할 필요는 없다. 갑상샘암은 다른 암과 달리 수술을 받고 10∼20년 생존할 확률이 90% 이상 될 정도로 치료가 잘 되는 암이다. 수술 뒤에는 방사선 동위원소 요오드나 갑상샘 호르몬을 투여하는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갑상샘암도 너무 진행돼 병원을 찾으면 수술 뒤 목소리를 잃을 수 있고 다른 곳에 암이 침투한 경우 치료율이 뚝 떨어진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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