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형 유방

“브래지어를 차야겠군.”

K대 시간강사 유모씨(36). 봉긋한 가슴 때문에 동료들과 대중목욕탕에 갈 때마다 놀림을 받다 요즘 ‘사우나탕 기피증’이 생겼다. 그의 가슴은 ‘절벽’인 아내 것보다 크다. 셔츠도 헐렁한 것만 골라 입는다.

유씨처럼 남성의 젖가슴이 유난히 볼록한 것도 일종의 병이다.

의학 용어로 ‘여성형유방’(Gynecomastia). 비만과 운동 부족으로 가슴이 처지는 ‘지방 증가’와는 다르다.

국내에는 통계가 없지만 미국에선 인구의 3분의1 정도가 어떤 식으로든 여성형 유방으로 고민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성형 유방〓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많아져 여성의 가슴처럼 젖샘이 발달한 것. 갓난 아기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엄마의 에스트로겐이 탯줄을 통해 태아에게 전해졌기 때문이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14세 안팎의 나이에도 호르몬 분비 체계가 급변하면서도 가슴이 여성화되지만 대부분 3∼5년 안에 가라앉는다. 그러나 20세 이후에도 유씨처럼 가슴이 가라앉지 않거나 오히려 더 봉긋해지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50세 이후 갱년기가 되면 또한번 가슴이 변혁을 겪는다. 남성호르몬이 줄어들고 여성호르몬의 영향이 커져 가슴도 여성화되는 것.

▽질병의 증세일 수도 있다〓여성형 유방은 각종 질환의 증세일 수도 있으므로 다른 신체 증세와 함께 가슴이 올라오면 그냥 지나치기보다는 병원에서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좋다.

고환에 질환이 있을 경우 남성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여성형 유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목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숨이 가쁘고 멀미 등의 증세와 함께 가슴이 불룩해지면 갑상샘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눈의 흰자위나 얼굴색이 노래지거나 배가 불러오면서 가슴이 커지면 간경변증을 의심해야 한다.

신체검사 때 혈뇨 단백뇨 등의 진단을 받고 몸이 나른해지면 콩팥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3주 이상 기침하거나 미열이 나고 목이 잠기면서 가슴이 커지면 폐암을 의심할 수 있다.

성염색체 이상으로 성기가 작고 살결이 부드러운 ‘클라인펠터 증후군’ 환자도 여성형 유방이 잘 나타나는데 이때엔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

스테로이드제제 등 호르몬제제, 소화궤양치료약, 진정제, 고혈압 치료제 등을 복용하거나 에스트로겐 함유 화장품을 바를 때에도 유방이 여성화될 수 있다.

▽남성 유방암〓드물지만 남성도 유방암에 걸리며 여성화 유방이 나타나면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전체 남성암의 0.2%, 전체 유방암의 1% 정도가 남성 유방암. 발병 평균 연령은 59세. 75%가 젖꼭지 부근에서 발병해 젖꼭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발병하는 여성 유방암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 유방암이 잘 걸리는 집안의 남성이나 고환 질환이 있는 경우 가슴에서 딱딱한 멍울이 만져지면 한번 의심해봐야 한다.

▽여성화 유방의 대책〓약 복용으로 인한 것이면 약을 끊으면 대부분 괜찮아진다. 약을 꼭 먹어야 할 경우 의사와 상의해 호르몬 영향이 적은 약으로 바꾸도록 한다. 20세 이후 가슴이 가라앉지 않은 경우 젖꽂판 주위나 겨드랑이를 잘라 젖샘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는데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

요즘엔 항여성호르몬제제인 타목시펜 등 약물치료의 효과도 좋아지고 있다. 지방이 증가해 처진 가슴은 운동으로 단단하게 만들 수 있지만 여성형 유방은 운동으로 가라앉히지 못한다.

여성의 작은 가슴을 운동으로 키울 수 없듯 운동이 젖샘조직을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진 경우엔 근육운동으로 탄탄한 가슴을 만들 수 있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달리기 빨리걷기 줄넘기 자전거타기 등 유산소운동을 병행해야 효과가 커진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근육운동 중 가슴을 탄탄히 하는데엔 ‘팔굽혀펴기’가 최고.

팔굽혀펴기는 가슴근육과 팔근육을 고루 발달시킨다.

정확한 자세로 해야 효과가 커지며 부작용도 없다.

우선 팔을 어깨 넓이로 벌려 양손을 바닥에 댄 채 엎드린다. 몸의 상체와 하체는 일직선이 되도록 한다. 이 상태에서 팔을 천천히 굽혀 가슴이 땅에 닿을 만큼 몸을 낮췄다 편다.

이처럼 천천히 운동하는 것이 빨리 여러 번 하는 것보다 좋다.

숨은 팔을 굽힐 때 들이쉬고 펼 때 내쉰다.

이 자세가 힘들면 바닥에 무릎을 대고 팔굽혀 펴기를 했다가 익숙해지면 무릎을 펴서 운동량을 늘린다.

1분에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 한 뒤 30초∼1분 쉬기를 3, 4번 되풀이한다. 하루 한 차례만 해도 2, 3개월 뒤 가슴이 달라진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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