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의학자 혈액 분석해 이동경로 밝혀

한민족의 뿌리를 찾으려면 모랫바람 따가운 고비사막이나 바이칼호 부근 초원, 시베리아 벌판을 헤매며 유적지를 찾아야만 할까?

디지털시대에는 실험실에서 혈액만 분석해도 뿌리를 얼추 알 수 있다. 최근 한일 의학자들은 두 국민의 백혈구에 붙어있는 ‘사람백혈구항원(HLA)’이 어떤 종류인지를 분석해 한민족과 일본민족의 이동경로를 밝혀냈다.

2000년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골수이식 학회에서 가톨릭의대 김동욱교수와 일본 게이오대 오카모토 시나치로교수는 “양국 골수 기증자 17만여명의 HLA를 분석한 결과 각각 다른 HLA를 가진 몇 무리의 사람들이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에 자리잡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어떻게 HLA를 이용한 이같은 분석이 가능할까.

▽HLA란?〓세포에 ‘견장’처럼 붙어있어 다른 면역세포들이 그 세포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구별토록 하는 ‘표시 단백질’. 세포핵의 6번 염색체에서 만들어져 세포질을 거쳐 세포막에 둥지를 튼다. 이 HLA의 기능은 ‘정보 요원’과 비슷하다.

▽HLA의 종류와 민족〓HLA는 크게 1, 2, 3형으로 구분된다. 각 유형에도 여러 꼴이 있으며 면역반응에선 1형의 A B C형, 2형의 DR DP DQ형이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백혈병 환자에게 피를 만드는 ‘조혈모(造血母)세포’를 이식할 때 공여자와 수여자의 1형의 A B형과 2형의 DR형이 일치하는지를 주로 본다. A형은 144가지, B형은 266가지, DR형은 313가지 이상이 있다. 각기 다른 HLA는 자녀에게 유전되므로 HLA의 종류를 분석하면 민족의 단일성 여부와 이동경로를 알 수 있다.

▽어느 국민이 단일민족?〓의학적으로는 한국인 대만인 일본인 가운데 일본인이 단일민족에 가장 가깝다. 단일민족임을 자랑하는 한민족은 두 번째, 대만인은 세 번째로 ‘순수 혈통’이다.

김교수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원하는 환자 1명이 전체 공여 등록자 가운데 최소 1명에게서라도 적합한 조혈모세포를 받을 수 있는 ‘이식 확률’을 분석하면 어느 쪽이 단일민족에 가까운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국내 골수 기증자 4만2000여명, 일본 골수정보은행의 기증자 13만1000여명, 대만 츠치(慈濟) 골수공여자 등록소의 기증자 17만8000여명을 분석했다. 확률이 높을수록 단일민족에 가까운데 등록자가 많을수록 이식받을 확률이 높아지므로 세 나라 공여등록자를 12만명으로 똑같이 맞춰야 한다. 그 결과 한국은 70%, 일본은 80%, 대만은 50%가 나왔다.

▽의학적 의미〓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국내에서 HLA가 같은 공여자를 찾지 못할 때 일본이나 대만에서도 공여자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김교수는 “98년과 99년 비혈연간 조혈모세포 이식을 원한 환자 287명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공여자를 찾을 확률이 54.7%였고 일본에선 53.2%, 대만에선 18.2%였다”면서 “지금까지 일본인 19명, 대만인 8명의 골수가 국내 환자를 살렸다”고 밝혔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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