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멀리하면,기억력이 좋아진다

H기업 김모이사(48). 최근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하고 회사에 들어오다 까무라칠 뻔 했다. 주요 거래처 임원이 로비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던 것. 식사 약속을 깜빡했던 것이다.김이사는 그날 휴대전화를 잊어버려서 연락도 못받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휴대전화는 집의 냉장고 안에 있었다.

그는 “20년 이상 거의 매일 술을 마셨기 때문에 알코올 치매에 걸린 것이 아닌가 여겨 병원에 갔다가 의사로부터 40, 50대에 흔한 기억력 감퇴일 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머쓱해 했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40, 50대엔 대부분 갱년기가 되면서 호르몬 분비체계의 변화가 일어나고 뇌의 이마엽(전두엽) 등 대뇌피질 세포가 퇴화하면서 자연히 기억력이 떨어지게 된다.

술이나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 우울증 치료제 등의 약물도 기억력을 떨어뜨린다.

알코올이나 약물이 원인인 경우 이를 끊으면 회복은 되지만 시간이 걸린다.

모주망태가 술을 끊고 뇌의 기능을 회복하는데엔 5년 정도가 걸리며 술은 장기적으로 치매의 큰 원인이기도 하다. 특히 비타민을 비롯한 영양 부족은 기억력 감퇴를 부추긴다.

물론 알츠하이머병의 징조로 기억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65세 이후 노인 중 15%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므로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곧바로 알츠하이머병 이 아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세한 뇌혈관 손상이나 동맥경화, 갑상선 질환 등도 기억력 감퇴의 원인.

▽기억력을 높이려면〓기억력과 기억습관은 다르다. 기억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기억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애먹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처음 만날 때 △한자 이름을 묻거나 △“이건 어떻게 하죠, 홍길동씨” 등으로 이름을 계속 말하거나 또는 △이름을 그 사람의 특징과 연관시키면 좋다. 메모 습관을 들이는 것도 문제 해결책.

뇌의 밑바닥 줄기 한가운데엔 정신을 맑게 깨어 있게 유지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신경세포의 그물인 ‘망상활성화계’가 있는데 이는 감정이 스며있을 때 제대로 움직인다.

따라서 무엇인가 억지로 외우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즐거운 마음으로 외우면 기억이 오래 간다.

기억력을 높이려면 글을 읽고 또 읽는 것이 좋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뇌 세포가 5세 이전에 다 만들어지며 나이를 먹을수록 퇴화한다고 여겼지만 요즘은 뇌가 계속 새 세포를 만들어내고 심지어 노년에도 얼마 만큼은 신경세포가 생긴다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책이나 신문을 읽거나 ‘고스톱’ 바둑 등의 취미생활을 하면 뇌가 활동하게 돼 뇌세포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TV를 볼 때엔 뇌가 활동하지 않는 ‘중립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에 뇌가 퇴화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스트레스와 피로를 적절히 풀고 1주 3회 이상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하는 것도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 갱년기 탓으로 기억력이 떨어질 때엔 호르몬 치료로 증세가 좋아지기도 한다.

단단한 것을 씹어 먹는 것이 뇌에서 기억을 주관하는 해마가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논란은 있지만…〓미국에선 요즘 기억력을 높이는 몇 가지 약물 및 식품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나무 추출물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기억력을 높이는 것으로 입증돼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바이엘사 등 제약회사들이 상품화에 서두르고 있다.

비타민B와 엽산, 비타민E, 에드빌 모트린 등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등도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들 약물 및 식품이 치매 환자와 달리 일반인에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는 논란거리. 특히 은행나무 추출물과 비타민E는 인체 내 출혈을 일으킬 수 있고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는 여기에다 빈혈 궤양 신장염 등의 부작용까지 있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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