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의 계절…술자리 건강 지키기

H그룹 강모과장(38)은 지난주 병원에 급히 실려갔다. 거래처 사람과 술을 마신 다음날 갑자기 얼굴이 붓고 오렌지색 혈뇨가 나온 것. 응급실에서 피를 검사했더니 ‘급성 신장염’. 의사는 과음 탓으로 콩팥에 염증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과장은 “음주가 간이나 위 등 소화기에만 주로 영향을 미친다고 알고 있었는데 온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 “‘연말시즌’에 술자리를 피할 수도 없고…”라며 걱정했다.

송년회가 꼬리를 무는 연말. ‘주력(酒力)’이 괜찮다는 얘기를 한 두 번이라도 들은 직장인은 마시고 또 마실 수 밖에 없는 술. 그러나 알고 마시면 몸이 덜 망가진다.

▽융단폭격하는 알코올〓술하면 간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술은 뇌나 심장 등 온몸에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위에서 10% 가량 흡수되고 소장에서 나머지가 흡수돼 온몸의 핏줄을 타고 돌면서 각종 신체부위를 공격하는 것.

알코올은 치매의 주범 가운데 하나. 국내 치매환자는 25만명 가량이며 이 가운데 30%는 중풍으로 오는 치매다.

잦은 과음은 중풍을 일으킨다. 또 치매의 10% 가량은 알코올중독이 직접 원인인 알코올치매.

알코올은 심장근육을 직접 공격해서 심장근육이 흐물흐물하게 돼 숨지는 ‘알코올 심근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이자(췌장)가 갑자기 탈이 나는 급성이자염, 하루 한 병 이상 5∼10년 마시면 만성이자염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뼈와 관절도 망가뜨린다. 국내에서 인공관절수술을 받는 남성의 대부분은 엉치뼈에 피가 통하지 않아 썩는 ‘대퇴골두 무혈괴사’ 때문에 병원을 찾는데 이 병은 술이 주원인이다.

물론 간도 상하게 한다. 술을 간염이나 간경화의 주범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주범은 간염바이러스. 그러나 간 질환자의 일부는 순전히 술 때문에 간염 간경화에 걸리기도 한다.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나 환자가 술을 마시면 ‘치명적’.

콩팥 위 등에 염증을 일으키기도 하며 하루 세 번 이상 토하면 식도파열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 후두암은 주원인이 담배이지만 술도 원인. 골초이면서 모주망태인 사람은 담배만 피우는 사람보다 암 부위가 목 깊숙이 있는 경우가 많아 조기발견이 어렵고 설령 일찍 발견해도 치료율이 단순한 골초인 경우보다 뚝 떨어진다. 술은 또 발기부전 불임 월경불순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략대로 마셔라〓어차피 마실 수 밖에 없다면 물 안주와 함께 천천히 마시는 것이 최우선. 1시간에 소주 2병을 마시는 것이 3시간에 소주 3병을 마시는 것보다 더 해로우므로 가능하면 ‘속주(速酒)’를 피한다. ‘1차’ 때는 얘기를 많이, ‘2차’ 때는 노래를 많이 해서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방법. 술자리에서 담배를 적게 피우기만 해도 술이 덜 취한다.

술자리 1, 2시간 전 맥주 한 컵을 마시거나 간장약 소화제 등을 마시면 술을 더 많이 마실 수 있다는 얘기는 낭설. 평소 비타민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술이 덜 취한다는 연구결과는 있다.

음주 전후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올해 서울대병원을 정년퇴직한 ‘간박사’ 김정룡교수는 애주가로도 유명한데 그는 늘 술판이 끝나고 귀가하면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성행위를 해야 술이 깬다는 사람도 있지만 만취한 경우 심장에 무리가 올 수 있으므로 피한다.

자고난 뒤에 영양섭취도 필수. 음주 다음날 배가 고픈 것은 알코올이 포도당 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혈당치가 낮아져 식사를 거른 것처럼 느껴지는 것. 해장국에 밥을 먹고 물과 과일을 수시로 먹어서 수분과 당분을 보충해야 술이 빨리 깬다.

아내가 ‘주계부(酒計簿)’를 만들어 놓고 어느 정도 술을 마셨고 어느 정도 취했는지를 기록해 눈에 잘띄는 곳에 걸어놓으면 남편이 술을 절제하고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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