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이란 무엇인가?

천하무적의 무술인 이소룡, 야구선수 임수혁을 쓰러뜨린 부정맥(不整脈).

평소 맥박이 불규칙한 사람 중엔 ‘나도 갑자기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하며 걱정하는 이도 많다. 전문의들은 “부정맥은 누구나에게서 생길 수 있고 상당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그러나 일부는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정맥은 왜 생길까?

심장은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우리 몸 구석구석에 실어보내는 펌프. 그런데 이 펌프는 전기의 힘으로 움직인다. 우심방에 있는 ‘동방결절’이라는 곳에서 전기를 만들어 0.2초 동안 전기길을 따라 심장 전체에 퍼지는 것. 심방이 먼저 ‘쫙쫙’ 오므렸다 펴면 곧바로 심실이 ‘쫘악쫘악’ 좀더 큰 운동으로 박동하면서 피를 돌린다.

심장의 박동은 맥박으로 나타나는데 맥박은 1분에 60∼100번, 하루 10만 번을 뛴다. 이 심장 전기시스템의 이상으로 맥박이 분당 100번 이상 또는 60번 이하로 뛰는 것이 부정맥이다.

▼부정맥의 종류

▽동빈맥과 동서맥〓맥박은 흥분하거나 숨이 차면 더 많이 뛰는데 이를 동빈맥(洞頻脈)이라고 한다. 잘 때 덜 뛰는 것은 동서맥(洞徐脈). 둘 다 자연스런 현상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조기박동〓기외수축(期外收縮)이라고도 부른다. 맥박이 규칙적으로 뛰다가 한 박자씩 쉬는 것으로 환자들은 ‘심장이 건너뛴다’‘벌렁거린다’는 말을 한다. 심장판막증 협심증 등 심장질환이 원인일 땐 즉시 치료받아야 하지만 나머지는 그냥 둬도 아무 탈이 없다.

▽서맥〓동발결절이 고장나거나 전기가 지나는 길에 장애물이 생겨 맥박이 분당 60번 이하로 뛰는 것. 그대로 놔두면 어지럼증 무기력증이 심해지다가 졸도, 뇌진탕 심장마비 등으로 숨질 수 있다.

▽빈맥〓맥박이 분당 100번 이상 뛰는 것. 심장이 힘껏 박동하지 못해 펌프 구실을 못하게 된다. 이 중 ‘심방빈맥’은 심방이 1분 400∼500번 박동하고 심실이 100∼200번 뛰는 것. 심방의 동발결절 외의 딴 곳에서 전기신호를 만들기 때문이며 방치하면 심혈관에 핏덩이가 생길 수 있고 중풍에 걸릴 확률이 4배 높아진다.

위험도에서는 심실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심실빈맥’이 더 무섭다. 흔히 ‘급살(急煞)맞는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미국에선 1분에 1명꼴로 심실빈맥에 의한 ‘급살’때문에 세상을 떠난다.

▼급살(急煞)맞았다면?

미국에선 급살의 90%가 관상동맥 질환자에게서 발생하며 나이는 60대 이상이 많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엔 관상동맥 질환자가 20% 미만이고 40대 전후가 많은 것이 특징. 이와 함께 20%를 차지하는 선천성 환자는 심전도로 체크해 알 수 있다.

그러나 반 이상은 심장이 멀쩡한 상태에서 그야말로 갑자기 심장에 ‘벼락’이 쳐 쓰러지므로 사실상 예방이 힘들다.

이때 5분 이내에 응급 마사지를 받고 병원에서 고압 전기충격요법을 받으면 정상생활이 가능하지만 때를 놓치면 임수혁의 경우처럼 뇌에 피가 공급되지 않아 뇌기능이 정지된다.

따라서 누군가 갑자기 졸도하면 두손을 모아 가슴을 ‘팍팍’ 눌러주면서 곧바로 119 구급차를 불러서 응급 심폐소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우황청심환을 먹인다든가 손가락끝을 따면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꾸물거리면 1시간 이내에 숨질 수 있다.

▼부정맥의 예방과 치료

부정맥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40대 이상은 심장 질환이 의심되면 반드시 심전도검사를 받는다. 또 집안에 누군가 아무런 이유없이 갑자기 ‘홧병’ 등으로 숨진 사람이 있거나 최근 △기절 △순간적 흉통 △목 부위의 불쾌감 △호흡곤란 △어지럼증 등이 있었다면 검사받는다.

그런데 부정맥은 보통 증세가 사라지면 심전도를 찍어도 멀쩡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부정맥이 나타날 때 지체하지 말고 검사받는 것이 좋다.

부정맥 환자는 원인과 증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서맥인 사람은 심장박동기를 몸에 넣는 시술을 받아야 하고 심방빈맥 환자는 약물요법이나 심방의 빈맥 발생부위를 찾아 고주파의 열로 태우는 시술을 받는다.

심실빈맥 환자는 약물요법이나 ‘제세동기’를 몸에 넣는 수술을 한다. 제세동기는 맥박을 감시하고 있다가 맥박이 갑자기 빨라지면 ‘퍽’하고 전기충격을 줘서 맥박을 원위치시키는 것.

환자에겐 ‘생명보험’과 같은 장치이지만 시술비가 최소 2000만원인데다 보험이 안되는게 흠. 임수혁도 이 장치를 달았다면 지금도 두 눈을 꿈뻑거리며 투수를 리드하고 있을텐데….

(도움말〓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김성순교수)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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