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자 급감한 영국…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백신 접종국가에도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영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 국민의 과반수이상이 백신 접종을 기록하던 영국에서도 6월부터 확진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영국정부는 7월 19일(현지시간) ‘자유의 날’을 선포하며 다중시설 이용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푼다고 발표했다. 확진자는 늘었지만 입원환자와 사망자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방역전문가들은 성급한 조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일 확진자 숫자가 1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자유의 날 선포 이틀 전인 7월 17일 5만4674건으로 최고치를 찍은 확진자 수가 계속 줄기 시작해 8월 2일 2만2287건으로 2주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입원환자 수도 7월 25일 836명이었던 것이 8월 1일 645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이 같은 급격한 감소를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기에 그 원인을 찾기 위한 연구가 백방으로 진행 중이라고 네이처 인터넷판이 8월 3일 보도했다.

●집단면역은 아니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 역학·인구건강학과의 존 에드먼즈 교수는 “아무도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며 “특히 이러한 갑작스러운 추세가 세 번째 대유행이 정점을 치고 물러난 것인지 아니면 복합적 사회요인에 의한 일시적 상황변화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과 자연감염을 통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충분한 면역력을 확보한 것을 뜻하는 집단면역을 영국이 갖게 된 걸로 봐서는 안된다고 단언했다.

현재 영국 성인 인구의 약 70%가 COVID-19 예방접종을 완료했지만 여전히 2만 명 넘는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16~24세 연령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2차례 접종 중에 1차례만 접종한 경우다. 2차까지 예방접종을 완료한 사람 중에서도 돌파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LSHTM에서 전염병 패턴을 모델로 제작하는 그레이엄 메들리는 감염률의 무작위 변동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황은 정확히 기후변화가 직면한 상황과 비슷하다. 데이터에 명백한 신호가 나타나지만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근본적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하기가 어렵다는데 문제 말입니다.”

●유로 2020 깜짝 효과

2주간의 영국 상황 변화에 대해선 여러 가지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하나가 근본적 원인으로 보기보다는 여러 원인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에드먼즈 교수는 말한다.

첫째 원인으로 7월 중순에 열린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가 꼽힌다. 경기장뿐 아니라 술집과 레스토랑, 집에서 단체로 이를 관람한 탓에 일시적으로 감염이 급증했다가 유로 2020 종료와 함께 감염자 수가 확 줄어들어 들었다는 해석이다. 이 시기 특히 남성 감염률이 치솟았다가 내려앉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당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접촉자 추적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들에게 자가격리를 명하는 문자메시지를 대거 내보냈고 그로 인해 일터에 못 나가는 직장인들로 인한 각종 서비스 마비사태가 생겼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 알람 소리인 ‘핑’(ping)과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pandemic)을 결합한 ‘핑데믹(pingdemic)’이란 신조어까지 나왔지만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데 확실한 일조를 했다는 것이다.

●스쿨 효과

대부분의 영국의 학교들이 7월 23일 전후로 방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1주일 전부터 방학에 들어간 학교도 많았고 기말고사가 끝난 뒤 사실상 휴교상태에 있었다. 그 비율이 20%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드먼즈 교수는 “지난 몇 주간 취학연령대 아이들의 접촉이 줄어들어 든 것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선 18세 이하 청소년에게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에서 청소년을 통한 전염이 차단된 효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의료데이터 분석 전문가 크리스티나 파겔은 “최근의 따뜻한 날씨로 인해 실내가 아닌 야외 사교활동이 늘어난 것도 원인 중의 하나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자가 격리될 경우 경제적 타격이 크거나 여름휴가를 망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증세가 경미할 경우 코로나19 검사를 기피한 결과 일 수 있다고 파겔은 말했다. 영국 버밍엄대학 임상면역학과의 알렉스 리히터 교수 역시 학기말 스트레스와 사회적 피로 누적으로 검사받는 것을 회피할 수 있지만 이를 정량화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주간 영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려 있는 잉글랜드에서 벌어질 일을 알고 싶으면 스코틀랜드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유로2020으로 인한 확진자 정점과 여름방학 돌입 시점이 잉글랜드보다 몇 주 앞서서 찾아왔고 그래서 확진자 감소세도 더 빨리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9월이 오면 감염자 숫자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방학과 휴가기간이 끝나면서 일상으로 복귀하는 학생과 대학생, 직장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리히터 교수는 “여름 휴가철이 일시적인 방화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봐야하기에 가을이 오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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