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영하 80도에 보관?

[사진=digicomphoto/gettyimagesbank]
코로나 19 백신 개발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그 백신을 팔뚝에 맞기까지는 말고도 험한 과정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수십억 명에게 접종하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단한 첨단 기술의 문제가 아닌 얼핏 간단해 보이는 유통의 문제다. 백신을 작은 병에 담아 대륙 간 수송을 하는 과정은 일반 택배처럼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냉동 혹은 냉장의 문제다.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백신은 섭씨 영하 80도 얼려 보관해야 한다. 모더나의 백신도 영하 20도는 돼야 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공동 개발 중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제품은 냉동까지는 아니지만, 냉장 보관돼야 한다.

비행기, 선박, 트럭은 물론 백신이 이송되는 과정에서 거치는 물류 센터와 창고에 냉동 장치가 완비돼야 한다.

UPS나 페덱스(FedEx) 등 미국의 물류회사들은 물론 냉동 및 냉장 설비를 갖췄다. 실제로 독감이나 신종플루(H1N1) 백신을 유통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독감 백신 등은 영하 80도까지 얼릴 필요는 없었고, 전 세계적으로 감염이 확산한 것도 아니어서 소규모 냉동 설비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물류회사들은 서둘러 냉동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당분간 코로나 백신의 엄청난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냉동 이송에 필수품인 드라이아이스도 문제다. 이산화탄소를 얼린 이 물질은 에탄올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어진다. 그러나 백신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봄, 에탄올 생산은 정체될 전망이다. 휘발유의 대체제인 에탄올은 기름값이 올라야 증산하는데, 팬데믹으로 여객 이동이 크게 줄면서 휘발유값이 안정되는 바람에 에탄올을 더 생산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 드라이아이스가 정작 필요한 시점에 부족 사태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백신을 담는 작은 유리 용기도 문제. 영하 80도라는 극단적인 저온에서 유리병은 깨지기 쉽다. 휴대전화 화면용 유리(고릴라 글라스)를 제조하는 유리 전문 업체 코닝 관계자는 “저온에 강한 백신 용기가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유통망에 냉동설비가 갖춰지고, 드라이아이스나 유리 용기가 충분하더라도 백신을 공급받을 병·의원과 약국 등에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비가 부족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달 물류 업체 DHL과 컨설팅 회사 멕켄지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냉동 백신은 25개국의 약 25억 명에게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 타임스는 냉동 설비가 부족한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 일부 남미, 아시아의 국가들은 유통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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