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재난안전법 최대한 활용하자”

안보 법률 전문 홍창식 변호사 인터뷰

“국가가 보건안보 위기 상황에 처했지만,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헌법 조항 때문에 대통령의 긴급명령권 발동이 불가능하다면, 재난안전법에 따라 재난선포를 하고 총리가 인적 물적 동원명령을 내려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홍창식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변호사는 “감염병과 같은 보건문제가 국가 안보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헌법과 재난안전법, 감염예방법이 유기적인 면이 부족해서 대응에 장애가 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완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코로나19의 위기관리에 대해 보건안보의 측면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파고가 휩쓸고 있는 대구시의 권영진 시장이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을 요청했다가 법률 검토 미비에 대해서 사과하고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국가안보의 법률 분야 전문가인 홍창식 변호사는 “현행 법 체계에선 피치 못할 상황이지만 재난안전법을 활용해서 이에 준하게 지원할 방법은 있다”고 설명했다. 홍 변호사를 통해 보건안보와 관련한 법적 근거와 실태를 짚어봤다. 홍 변호사는 고등군사법원장을 지낸 육군 준장 출신으로 뉴욕 변호사 자격도 취득해 국제 안보 법률 모두를 섭렵하고 있는 전문가다.

Q. 권영진 대구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긴급명령권 발동’을 요청했다가 철회하는 일이 있었다. 공공연수원, 대기업 연수원 등을 병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가 철회했는데….

A. 권영진 시장이 3일 국무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사과했으므로 더 이상 논의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자체의 자구노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중앙정부의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다고 한 것이 ‘긴급명령권’을 언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감염병으로 인해 현재 혼란이 있지만 헌법 제76조 2항에서 규정한 ‘국가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와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는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한 것이지 법률에서 말하는 교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6세대 전쟁이라고 하여 바이러스 전쟁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현 상황이 여전히 교전에 해당되지 않음은 마찬가지이다.

헌법 제76조 1항에서는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이도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단서가 있어서 쉽지 않다.

현 상황을 교전상태와 같이 긴급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여러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는 있다. 현행 헌법이 개정된 지 30년 이상 지났다. 당시 상정한 위기와 현재의 위기는 많이 변했다. 국가긴급권의 요건을 감염병 확산 등 새로운 위기의 출현에 맞게 개정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Q. 그렇다면 지금으로서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말인가?

A. 현재도 행정절차법상 행정기관간 행정응원을 통해서 인원 및 물자를 지원할 수 있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특히 군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아가 긴급한 물자동원을 비롯한 필요한 조치는 재난안전법이 정한 재난사태 선포 및 동원명령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재난선포권자는 행자부장관이며, 반면, 감염병 재난의 재난관리책임관은 보건복지부이고, 현재 중앙재난대책본부장은 국무총리이다. 이럴 때에는 총리와 복지부 장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법을 해석해서 선제적 대책을 내놓는 것이 좋을 듯하다.

Q. 미국과 비교해 신종감염병에 대한 국내의 법적·제도적 대응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A. 법률로써 완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법률은 기본적인 사항,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처벌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가장 시급한 것은 결국 감염병을 재난안전법에서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해 둔만큼 이에 대한 위기 대응 매뉴얼을 잘 갖추고, 이에 따라 필요한 의약품 등 비상물자를 정확히 비축하고, 민관군이 합동으로 주기적으로 연습을 하는 것 밖에 없다. 즉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대로 실천하면 된다.

감염병 대응도 철저히 계획하고 원칙에 충실하게 준비하면 문제가 없다.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고 해서 법률을 잘 만들면 지진피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지진을 잘 예측하고, 내진 시설을 강화하고, 국민들이 지진에 대한 정확한 교육을 받고, 완벽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이에 따라 수시로 대응연습을 하는 수밖에 없다. 감염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세월호사건도 기본원칙을 도외시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다만 바이러스 등 고위험 감염병은 진화와 변이 등 예측이 어렵고 그 영향력이 막대한 경우 특별법 제정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공청회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Q. 최근 일명 ‘코로나 3법’이라고 불리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검역법, 의료법, 감염병 예방관리법 등 해당 개정안이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A. 일부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감염병 확산은 ‘재난’이다. 재난은 국가가 미리 위기 대응 매뉴얼을 잘 갖추고, 필요한 긴요 물품의 비축을 낭비로 여길 것이 아니라 보험이라 생각하고 철저히 비축하고, 또 국민들도 이에 따른 주기적인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감염병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사회전체의 공공복리 또는 선공후사의 시민정신에 바탕을 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률을 만들고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정부의 지시를 위반한 행위를 중형에 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것을 잘하는 조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같은 맥락이다. 이번 법률 개정은 소위 ‘원포인트 개정’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백서를 작성하고 이에 기반해 감염병예방법에 대한 전반적인 개정 소요를 도출하고 차분히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코로나 3법 중 검역법 개정안을 보면 감염병 유행지역에서 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복지부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러한 내용은 중국발 입국자의 입국을 막는 근거가 될 수 있나?

A. 될 수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검역법상 감염병 환자 및 검역 감염병 의심자에 대해서만 가능했으나, 개정 법률에 의할 경우 감염병 유행지역에서 온 외국인도 입국금지 요청이 가능하다. 다만, 세계보건기구의 국제보건규약(IHR)은 가능한 한 감염병이 전파되더라도 여행과 무역의 단절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외국과의 외교, 통상 등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과 같이 WHO 국제적공중보건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면 입국을 막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Q. 최근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일본 여행을 다녀온 국내 발레리노(나대한)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보건당국에서 내려진 자가 격리 지침은 아니고 국립발레단 내부적 지침을 어긴 상황이다. 불매운동이 일고 있는 일본 여행이라 더 큰 뭇매를 맞고 있는 것 같다. 보건당국 차원은 아니고 단체나 기업 차원에서 격리 조치를 하고 이를 어겼을 시에도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나? 또는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감성적인 부분과 법적인 부분은 분리돼야 한다. 죄형법정주의 하에서 형사 처벌은 사람이 사전에 제정된 법률이 금지한 행위를 한 경우에 한하여 처벌을 할 수 있다. 감염병예방법은 보건당국이 내린 자가격리를 위반한 사람에게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신이 일하는 발레단에서 내린 자가 격리 조치를 어기고 해외여행을 했다면 이는 보건당국이 내린 자가격리 조치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다. 다만 해당 사용자(국립발레단)가 정한 내부 규정을 적용해 징계처분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Q. 어떤 기업은 전원 재택근무, 어떤 곳은 일부만 재택근무를 지시하고 있다. 기업 자체적으로 이를 정하다보니,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사람 간 거리두기’가 잘 실천되지 않는다.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갖춰진 대기업 중심으로 시행되고, 중소기업들은 시행하지 않을 가능성 역시 높다. 재택근무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데, 법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A. 이 부분까지 법률이 개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예컨대 특정 기업에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여 그 직장을 폐쇄한다든지 하는 이런 부분은 법률이 개입할 수 있다. 그 외 감염병의 전파 우려가 있어 재택근무 등을 정부가 권장할 수는 있지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감염병 확산의 문제에 있어서 재택근무만이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을 어떻게 보호하느냐의 문제이다. 결국 정부가 앞으로는 감염병도 재난인 만큼 영세 기업에 대해 세제 등 여러 경제적 지원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자가 거쳐 간 장소들이 공개되고, 일시적으로 폐쇄되는 사업장이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 시스템은 마련돼 있는가?

A. 이 부분은 현재 감염병예방법 제70조에서 감염병으로 인해 영업장 폐쇄 등이 발생한 경우 국가가 그 손실을 보상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보상받을 수 없는 많은 손실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세제혜택 또는 융자 등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Q. 현재 감염병을 규율하는 법률체계에서 보완이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A. 현재 감염병은 감염병예방법으로 규율한다. 그 규모가 클 경우 재난안전법에 따른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되어 이 법률에 따라 대응 관리된다. 그런데 재난안전법은 감염병에 대해서는 구체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상황이 종료되면 이를 바탕으로 재난안전법 등의 개정 소요를 판단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다만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에 대한 인명, 경제적 피해는 우리가 알고 있다. 앞으로 시뮬레이션과 모델링을 통해 그 피해가 막대하고 감염병예방법과 재난안전법으로 이를 컨트롤 할 수 없다면 특별법 제정 및 질병관리본부의 조직과 역할 강화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맵=이동훈님 제공]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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