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환자 대신 약 처방 받을 수 있나요?

[전재강 쌤의 병원이용 꿀팁]

[사진=Andrei_R / shutterstock]
경기도 용인에 사는 이 모 씨(남. 82)는 당뇨병 때문에 7년 전부터 필자가 근무하는 고대안산병원을 다녔다. 지난해에 합병증 탓에 망막 수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눈도 불편하고 체중도 부쩍 늘어나 거동이 불편해서 지금은 인근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때마침 안산근처에 직장 다니는 아들이 필자 병원을 방문해, 외래접수를 하고 약 처방을 받아갔다. 이처럼 환자본인 대신에 가족 등이 진료하여 약 처방을 받아가는 것이 대리처방이다.

현행 의료법상 대리처방이 원칙상 불법이기에 일반인들은 대리처방이 안될 것으로 지레짐작한다. 의료법에는, 환자가 의사로부터 직접 진료와 처방을 받는 대면진료가 원칙이다. 환자 본인 외에 제 3자 진료는 금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병원 실상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병원에서 진료를 보다보면 피치 못할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병원계의 계속된 요청에 따라 보건당국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몇 가지 요건을 갖추면 대리처방이 가능토록 허용하고 있다. △같은 질병으로 재진 및 처방을 받는 경우 △오랜 기간 처방을 받아 온 경우 △거동이 불편한 경우 △주치의가 대리처방을 인정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그러나 대리처방을 위한 대리진료에는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일단 가족이어야 한다. 외래 진료 시 가족확인과정에 있어 간호사와 대리진료인 간에 시시비비가 잦다.

필자가 속한 병원 신경과의 한 간호사는 “환자와 사촌지간인데, 가까운 친구인데 왜 대리진료가 안되는지, 자초지종을 따지는 경우가 빈발하다”며 “하는 수없이 병원협회에서 보내온 공문의 사본을 보여주면 그때서야 수긍한다”면서 애로사항을 말한다.

민법상으로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다. 간병인을 비롯해서 제3자의 대리진료를 받을 수 없다. 물론, 초진 환자는 어떤 경우에도 대리 처방이 불가능하다.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요청자의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 등 친족관계 확인서류를 구비하면 된다. 구비서류는 병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진료 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

모든 요건을 갖춰 대리 처방할 받을 때 진료비는 50%만 부담하면 된다. 모르고 다 냈다면 차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진료비 절감을 위해 고의적으로 환자 대리처방을 하는 ‘얌체 환자’들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근절돼야 할 것이다.

대리 진료 및 처방의 예외조항을 둔 것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질환자, 거동 불편환자 등에게 편의 및 의료의 접근성을 고려한 것인 만큼, 취지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단순히 돈을 아끼려고 이 제도를 악용하면, 중요한 진료 기회를 놓쳐 나중에 더 큰 돈을 쓸 수도 있다. 무엇보다 보험은 공동체의 약속이기 때문에, 규칙을 지키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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