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자꾸 하면 뇌도 바뀐다(연구)

[사진=Slphotography/gettyimagesbank]

거짓말쟁이들이 많은 세상이다. 거짓말쟁이들은 밥 먹듯이 거짓말을 쏟아놓는다. 그렇다면 왜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사람의 뇌가 어떻게 거짓말을 유도하는지, 또 왜 사소한 일에도 거짓말을 계속 하게 되는지 생물학적 근거를 밝힌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실험심리학과 연구팀이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를 이용해 실험 참가자들의 뇌를 스캔해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참가자 80명에게 동전이 담긴 유리병을 찍은 사진을 보여준 뒤 이들의 파트너에게 유리병에 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말하도록 했다. 파트너는 연구팀이 미리 섭외한 배우들이었다.

첫 실험은 파트너가 동전 개수를 많이 맞힐수록 실험 참가자와 파트너 모두 금전적 보상을 많이 받고, 못 맞힐수록 보상이 줄어드는 구조로 진행됐다. 두 번째 실험은 실험 참가자들이 파트너에게 거짓말을 해 동전 개수를 틀리도록 만들수록 둘 다 보상을 많이 받는 방식이다.

마지막 세 번째 실험은 실험 참가자 혹은 파트너 둘 중 한 명만 보상을 얻는 상황이다. 파트너가 동전 개수를 많이 맞힐수록 참가자의 수익은 올라가지만 파트너의 수익은 줄어든다. 반면에 파트너가 틀리면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둘 중 한 명의 희생이 따르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거짓말을 할지 진실을 말할지 결정하는 순간 뇌를 스캔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이 거짓말을 할 때 뇌의 한 영역인 편도체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편도체는 뇌 측두엽 내측에 있는 신경 핵의 집합체다. 편도체는 동기, 학습,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실험 참가자들이 거짓말을 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편도체 활성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거짓말은 감정적 자극을 촉발하고, 편도체 활성화를 유도한다.

하지만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되면 본인이 진실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각성효과가 떨어지면서 편도체 활성화가 줄어든다. 이는 거짓말하기가 점점 쉬워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상황일수록 거짓말을 많이 했고, 이럴 때 특히 편도체 활성화가 약해졌다. 이는 ‘사리사욕 추구’가 거짓말의 연료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거짓말을 할 때 편도체 활성화에 변화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행위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도덕적 판단 사이의 충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금전적 보상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만 한편으론 본인이 진실 된 사람이길 바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짓말을 반복하면 이 같은 감정적 자극이 약해지면서 행동과 자각 사이의 부조화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점점 거짓말하기가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 결과(The brain adapts to dishonesty)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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