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잘 안 들린다면? 치매 위험 올라간다 (연구)

[사진=shurkin_son/shutterstock]
전 세계적으로 약 4400만 명의 치매 환자가 있다. 치매 환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어 치매 위험인자를 규명하는 일이 중요한 일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인자로 알려진 ‘난청’의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기억, 지각 등 인지기능 저하가 일어나는 치매의 가장 주요한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병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위험인자 조절을 통한 예방이 현실적인 극복 방안이다.

중앙대학교병원(병원장 이한준) 이비인후과 장문영 교수는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오승하 교수,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묵인희 교수와 함께 난청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한 연구 논문 ‘인지기능 저하 및 해마의 시냅스 소실의 위험인자로서의 난청의 역할(Hearing loss as a risk factor for cognitive impairment and loss of synapses in the hippocampus)’을 발표했다.

그동안 여러 역학적 연구들을 통해 난청과 알츠하이머 치매 사이의 상관관계가 제시돼왔으나 그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메커니즘이 규명되지 않아 생물학적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장문영 교수팀은 난청 동물모델(rat)을 이용해 난청이 인지기능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정상 청력인 동물과 난청이 있는 동물에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단백질(amyloid-β, Aβ)을 투여했다. 뇌 손상은 유발하지 않으나 뇌가 위험 인자에 취약해질 정도로 소량의 아밀로이드 단백질만 투여했다. 정상청력그룹, 정상청력에 Aβ투여그룹, 난청그룹, 난청에 Aβ투여그룹 등 총 4개의 그룹으로 나눠 뇌 영역 특이 인지기능 검사도 시행했다.

그 결과, 난청이 있으면서 Aβ투여를 한 그룹에서만 해마가 관여하는 인지기능이 다른 그룹에 비해 30~85%가량 유의하게 저하됐다. 이 그룹은 나머지 세 그룹보다 뇌 영역 중 기억을 관장하는 핵심 영역인 해마의 시냅스 수치도 30~40%가량 저하됐다.

이는 난청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인자로 작용할 수 있으며, 해마의 시냅스를 뇌 손상에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기전일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장문영 교수는 “나이, 가족력 등 이미 치매의 위험인자로 알려진 인자들과 달리 난청은 보청기, 인공와우 등을 통해 조절이 가능하다”며 “위험인자를 조절하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행을 늦추고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청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약 4억 7000만 명에 달하며, 65세 이상 노인의 약 1/3에서 난청을 호소하고 있지만, 실제로 보청기를 착용하는 사람은 11%에 불과하다”며 “난청을 치매 위험 인자로 인지하고 적극적인 청각 재활을 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부가 후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고, 신경과학 분야 SCI국제저널인 ‘뇌행동연구(Behavioural Brain Research)저널’ 온라인상에 실렸으며 10월호(Vol.372)에 게재될 예정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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