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성격 차이, 과학적 근거 없다

[사진=Tomsickova Tatyana/shutterstock]
태어난 순서에 따라 형제들의 성격이 다르다는 통념을 반박하는 연구가 나왔다.

‘맏이는 책임감이 강하고 결단력이 있지만, 막내는 반항적이고 모험심이 강하다’는 식의 형제간 성격 차에 관한 세간의 고정관념은 공고하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편향에 불과한 것으로 ‘또’ 한 번 입증됐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와 스페인 발레아릭 아일랜드 대학교 연구진은 세 가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첫 번째 분석 데이터는 탐험가나 혁명가로 족적을 남긴 위인 200명이었다.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에 올랐던 에드먼드 힐러리(삼 남매 중 둘째), 쿠바 혁명의 지도자 체 게바라(오 남매 중 맏이), 전투적 사회주의자 로자 룩셈부르크(오 남매 중 막내) 등을 분석한 결과, 반항적이거나 모험심이 강해서 위험을 무릅쓰는 성향은 태어난 순서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분석은 ‘바젤-베를린 위험 연구’의 평가 방식에 따라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인터뷰했다. 예컨대 10달러를 그냥 받을 것인가? 승률 10%로 100달러를 받을 수 있는 게임에 베팅할 것인가를 묻는 식이었다. 역시 태어난 순서와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은 무관했다.

마지막으로 독일의 1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 연구진이 미국 영국 독일의 2만 명을 대상으로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쾌활함 △신경질적 성향 등 ‘다섯 가지 기질’에 관해 연구한 결과 역시 형제간 출생 순서와 무관한 것으로 나왔다.

역시 2015년 미국 휴스턴 대학교의 사회 심리학자 로디카 데미안 교수가 고등학생 37만 명을 상대로 다섯 가지 기질에 관해 조사했을 때도 결과는 똑같았다.

반론이 없지는 않았다. 아이비리그의 명문 대학에는 맏이가 많다는 사실이 맏이의 성격이 좀 더 성실한 모범생 스타일이라는 근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예컨대 하버드 대학교의 경우 2017학년도 신입생의 40%가 맏이, 32%가 막내, 14%는 중간둥이, 12%는 독자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부유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그래서 아이비리그에 진학을 많이 하는 가정은 대개 아이를 적게 출산한다는 점을 간과한 지적이라는 재반론이 나왔다. 즉 잘 사는 집이 대개 둘만 낳는다고 가정할 때 부잣집 아이 중 절반은 맏이지만, 가난한 집의 아이가 맏이일 확률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

게다가 경제적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정의 경우, 맏이를 아이비리그의 비싼 학교에 보냈을 경우, 동생들은 성적이 좋아도 상대적으로 학비가 싼 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데미안 교수는 과학적인 실험과 분석이 잇따라 부정하고 있음에도 태어난 순서로 성격을 규정하려는 시도는 ‘좀비 이론’이라고 깎아내렸다.

라이프치히 대학교 슈테판 슈머클 교수는 “손위 형제가 동생보다 책임감이 강한 것은 태어난 순서 때문이 아니라, 아동 발달과정에서 당연히 나타나는 ‘나이 효과’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 랠프 허트위크 교수는 “아동기에 태어난 순서에 따른 성격 차가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성인이 됐을 때 그 차이는 소멸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No effect of birth order on adult risk taking)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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