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대신 눈내리는 우수… 미끄럼 조심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 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시인 최승호의 ‘대설주의보’ 마지막 연. 시인은 ‘전 땅크 정권’의 군사독재를 백색의 계엄령으로 은유했지만, 억압은 모양을 바꿔가면서 계속 이어지고, 대설주의보는 느닷없이 찾아온다.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 새벽, 중부지방 곳곳에서 함박눈 내리고 남부지방 곳곳에서는 비 내린다. 영하 4도~영상 7도, 낮 2~12도로 어제보다 푹한 날씨, 중부지방은 땅에서 눈석임물이 졸졸졸 물로 바뀌겠고 남부 일부는 허공에서 눈이 비로 바뀌어 줄줄 내리겠다. 빙판길, 살얼음판, 눈석임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

“우수 뒤에 얼음 같이”는 우수 뒤 슬슬 녹아 사라지는 얼음처럼 시나브로 없어지는 무엇을 가리킬 때 쓰는 속담. 겨울 내내 허공을 떠돌았던 억압, 반목, 미움, 원망의 목소리들이 우수 뒤 얼음 같이 슬그머니 사라지면 좋겠다. 발자국 뚜렷한 하얀 눈밭만 남고!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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