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태워야 하나…간호사 태움의 해법은?

[사진=buritora/shutterstock]

“널 낳고 어머님이 미역국은 드셨다니?”  “너같이 못생긴 신규(간호사)는 처음이야”

간호사의 태움에서 가장 빈번한 것은 언어폭력이다. 용모 비하는 다반사이고 “엄마, 아빠가 어떻게 키웠길래 그러니?” 등과 같은 말도 자주 듣는다. 간호사들은 선배들의 언어폭력이 부모로까지 향할 때 가장 괴롭다고 한다.

1. 간호사의 40.9%가 태움 경험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태움”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직장 내 간호사 간의 괴롭힘으로 일반화된 용어이다. 최근 태움으로 인한 간호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부터 태움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7275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인권침해에 대해 실태조사(2018년 1월)한 결과, 응답 간호사의 40.9%가 태움을 경험했다. 괴롭힘의 주체는 선배 간호사 및 프리셉터(지도 간호사)가 30.2%, 동료 간호사 27.1%, 간호부서장 13.3%, 의사 8.3%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신고사건 130건 중에는 욕설, 외모 비하, 인격모독적 발언 등 폭언이 55건으로 가장 많았다. 물건을 던지거나 직접적으로 신체적 폭행을 가한 경우도 10건이나 됐다.

2. 태움은 신규 간호사 등 취약 계층에 집중

태움은 간호사 조직 내의 취약 계층에 집중된다. 근무 경력이 짧거나 연령이 낮은 간호사, 내과계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다. 태움은 이중성을 갖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간호사의 실수는 따끔하게 지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존한다.

안혜란 충북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간호사가 처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목격하거나 경험하는 때는 신규 간호사 시기가 아니라 학생간호사로서 교육을 받는 시기”라며 “간호관리자와 교육자들은 조기중재를 통해 간호사간 괴롭힘을 당연시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보건의료노동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간호사의 76%가 이직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움은 간호사의 우울, 불안, 불면증을 초래할 수 있어 환자의 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태움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허구임이 드러난 것이다.

3. 태움은 환자안전에 악영향

대한간호협회 곽월희 부회장은 25일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 및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간호사 인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간호서비스 질과 환자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워 국민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신입간호사의 현장 적응을 돕는 교육전담간호사 배치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최태호 과장은 “근로기준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지체없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면서 “간호협회 등이 태움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를 계속 내면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4. 태움을 용인하지 않는 간호 관리자의 리더섭이 중요

태움의 근본 원인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시각도 많다. 병원마다 간호사가 부족하다보니 업무미숙에 과도하게 대응하게 되고, 이는 다시 이직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안혜란 교수는 “태움의 주 원인은 개인적 요인보다는 조직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간호사가 속한 조직이 암묵적으로 태움을 용인하고 관리자의 무례한 태도, 직무 스트레스가 심하면 태움을 촉진한다”고 했다.

반면에 조직의 자아존중감, 긍정심리를 자극하는 관리자의 리더십이 강화되면 태움을 억제할 수 있다. 도덕성이나 정체성, 권한을 위임하는 리더십, 동료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소통도 태움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 사회각계에서 인권을 중시하는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엄격한 군기가 중요한 군에서도 언어폭력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간호사들은 태움에다 환자의 폭언이나 폭행에 시달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회적 관심 뿐 아니라 간호사 조직부터 언어를 순화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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