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 댄스 추는 합창단, 암 생존자 문제 알린다

[암 환자는 내 곁에 있다 ③] '나우'로 만난 암 생존자 합창단

[사진=룰루랄라합창단 공연]
“옆집 아저씨, 암이래요.” 누군가가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죽음의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암 환자 생존율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15년 암 환자의 5년 내 상대생존율은 70.7%에 달한다. 암 환자 3명 중 2명이 생존해 일반인과 살아간다는 뜻이다.

암 수술을 받고 암을 만성 질환처럼 관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제 일상은 어떨까. ‘코메디닷컴’은 암 진단을 받은 후 새 삶을 기획중인 암 생존자와 이들을 돕는 전문가를 만났다. 암 생존자 161만 시대, 내 곁의 암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들어 봤다.

백발의 신사가 작은 우쿨렐레를 메고 무대에 오른다. 플루메리아 꽃을 단 단원들은 이국적인 멜로디에 맞춰 하와이 전통춤을 선보인다. 15명의 암 생존자와 1명의 가족으로 이뤄진 ‘룰루랄라합창단’은 복지관, 요양원 등을 무대로 올해만 열 차례 이상 공연을 진행했다.

1940년생부터 1998년생까지, 다양한 나이, 성별, 직업으로 구성된 이들 합창단원은 글로벌 제약사 한국에자이의 ‘나를 있게 하는 우리(나우), 암(癌) 파인 땡큐’ 프로그램을 통해 모였다. 암 경험자라는 공통점으로 묶인 이들은 지난 3월부터 전문가에게 배운 악기, 춤, 자신들이 직접 붙인 가사를 통해 161만 암 생존자의 문제를 알리는 활동에 나섰다.

“사회 공헌의 핵심, 사회적 약자의 역량 키워야”

많은 사람이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 중 하나로 사회 공헌 활동을 꼽는다. 국내 다수 병원, 제약 회사는 암 환자, 장애인, 치매 노인과 그 가족을 위해 치료비, 재활 기기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자이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인 나우 프로그램 역시 사회 공헌 사업의 일환이다. 조금 색다른 점이 있다면, 기업이 사회적 약자를 일방적으로 돕기보다 음악이라는 창작 활동을 통해 환자 당사자의 문제 해결 역량을 돕는 장을 마련한다는 것.

의사, 병원을 주 고객으로 하는 제약 회사 입장에서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사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서정주 한국에자이 탤런트이노베이션 부장은 “문제 당사자의 역량을 키우는 사회 공헌 활동은 기업 입장에서도 혁신”이라고 강조한다.

‘문제 당사자를 활동 주체로 둔다’는 한국에자이의 활동 방침은 80년 넘게 축적된 본사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1940년 일본에 설립된 에자이 본사는 암, 치매 등 국가 단위의 보건의료 문제를 비즈니스를 통해 접근하되 이를 지역 공동체와 함께 추진한다. 서정주 부장은 “기업은 문제 당사자의 역량을 키움으로써 프로젝트의 양과 질을 향상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방법론을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사회로, 암 생존자 리빙랩을 꾸리다

룰루랄라합창단은 기업이 역량을 갖춘 공동체를 성장시킨 좋은 예다. 합창단의 애초 목표는 암 생존자의 이야기를 담은 음원을 내는 것이었지만, 내년도 십여 차례 이상의 공연이 예정될 정도로 활동 규모가 커졌다.

룰루랄라합창단 회장을 맡은 최정석 씨는 올해 하반기 항암 치료 중에도 거의 모든 무대에 올랐다. 최정석 씨는 “‘암 환자니까 가만히 있어’라는 말에 익숙해지면 영원히 자립심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라며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일을 계속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정주 부장은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다는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한 합창단원이 자발적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 점을 강조했다. 서 부장은 “룰루랄라합창단이라는 공동체는 기업 사회 공헌 활동의 결과물 중 하나일 뿐”이라며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문제 당사자들이 다시 사회에 기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나우의 진정한 의미”라고 말했다.

암 생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제안되고 있는 것은 ‘리빙랩(Living lab)’이라는 플랫폼이다. 리빙랩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새로운 과학기술 연구개발 방법론으로 소개되지만, 일본에서는 지역 공동체-지자체-기업-연구기관이 협업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으로 쓰인다.

서정주 부장은 “지난 6월부터 암 생존자 환자 그룹, 학계 전문가, 사회적 기업 등이 모인 암 생존자 리빙랩 모임을 운영 중”이라고 했다. 서 부장은 “치매, 암은 제약 회사의 헬스 케어 혁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라며 “환자 그룹, 기업, 병원 등이 별개로 진행하고 있는 암 생존자 지원 활동을 한자리에 모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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