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병원 앞 대형 약국 절반, 가루약 조제 거부

[사진=Dmitry Kalinovsky/shutterstock]
서울시 내 상급 종합 병원 인근 대형 약국 대다수가 긴 조제 시간을 이유로 가루약 조제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서울시 소재 상급종합병원 문전 약국 가루약 조제 현황 실태 조사와 개선 방안’을 주제로 제3회 환자 권리 포럼을 주최했다.

이은영 환자권리옴부즈만 사무국장은 “알약을 삼키지 못하는 영유아 환아, 중증 환자가 일부 상급 종합 병원 문전 약국에 가루약 조제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다량의 장기 복약을 처방받은 지방 환자가 가루약 조제를 거부당해 병원 근처에서 발이 묶이는 경우도 많았다.

환자권리옴부즈만은 지난 6월~8월 2개월간 서울시 소재 13개 상급종합병원 인근 1킬로미터 이내 문전 약국 128곳을 선정, 가루약 조제 현황에 대한 실태 조사를 했다.

전화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전 약국 128곳 중 58곳(45.3%)은 가루약 조제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현행 약사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의 조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들 약국은 “처방된 약이 없어서”, “가루약 조제 기계가 없어서” 가루약 조제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가루약 조제 요청을 거부당한 환자 및 보호자는 “다른 환자의 조제 대기 시간이 길어져서”가 주원인이라고 답했다.

가루약 조제가 가능한 약국은 최소 1시간 이상 대기 시간이 걸렸다. 환자 및 보호자는 가루약 조제가 가능한 문전 약국 70곳 중 21곳(30%)에서 1시간~2시간 미만 대기해야 했다고 답했다. 20곳(28.6%)에서는 대기 시간이 3시간 이상 소요됐다.

플로어 발언에 나선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희귀 질환 환자의 경우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곳이 수도권 대형 병원밖에 없다”라며 “환자가 많은 대형 약국이 가루약 조제를 거부하는 한편 조제가 가능한 다른 약국을 안내해주지도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나백주 서울특별시 시민건강국장은 “시 약사회와 협력해 가루약 조제가 가능한 약국 위치, 조제 가능 시간 등을 안내하는 방향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 11월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모든 약사의 가루약 조제 행위에 30% 가산을 적용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안상호 대표는 “환자 안전보다 수익을 우선시한 약국에 수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문전 약국이 가루약 조제를 거부한다면 환자는 원내 병원에 조제를 맡기도록 의약 분업 예외 지역 설정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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