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면 암이 더 생길까? “돈 있어야 건강하다”

[사진=Syda Productions/shutterstock]
부잣집에서 태어난 사람은 가난한 사람보다 병에 덜 걸리고 오래 살까? 우리 사회에서 흙수저, 금수저 논란이 가열되면서 소득수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력이 있으면 건강에 더 신경 쓰는 것일까?

경제 수준과 건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검진이 갈수록 중요시되고 있는데, 일반검진과 별도로 고가의 검진을 받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부촌의 여성들이 빈곤 지역의 여성들보다 음식, 운동 등을 통해 건강에 더 신경 쓰고 장수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궁경부암의 위험요인 중 하나가 낮은 사회경제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자궁경부암 발생율이 높은 개발도상국의 여성 건강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전반적인 자궁경부암 발생율은 감소 추세이지만 유독 빈곤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생율만 더 높다. 열악한 위생 상태와 낮은 검진율 때문으로 보인다.

– 여성의 건강수명, 경제수준이 매우 중요

‘건강수명’은 단순히 오래 사느냐보다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수명이 높아도 질병으로 앓아누운 기간이 길다면 의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의 건강증진에는 의료서비스와 공중보건의 역할 외에 교육, 주거, 교통수단, 농업, 환경 등까지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수명은 길지만, 건강수명의 차이는 적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건강수명을 주관적 삶의 질 지표 등에 근거해 분석한 결과, 여성의 건강수명이 남성에 비해 취약한 현상이 일관성 있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수준별로 보면 여성의 경우 저소득층의 건강수명 감소폭이 높았다. 남성 역시 저소득층의 건강수명 감소율은 높지만, 여성에 비해서는 감소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수준 별로 볼 때 여성의 건강수명은 남성에 비해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교육 수준이 낮고 직업이 없을 경우에도 건강수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의 건강수명에는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 다음으로 결혼상태와 가족구성원 수가 중요한 요인이었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이혼-별거 상태인 경우 그리고 가족구성원 수가 적을수록 건강수명은 낮았다. 반면에 이러한 요인의 영향력은 남성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남성은 운동, 음주 등 개인의 건강행태 요인들이 더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 암 걸려도 돈이 있어야 생존한다

소득수준이 낮으면 암 생존율도 떨어진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면역항암제 등 신약 투여를 검토할 경우 먼저 경제력을 생각해야 한다. 폐암의 일종인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해 면역항암제 투여를 고민하던 한 암 환자의 케이스를 보자.

비소세포폐암 환자인 이도선(가명, 남) 씨는 암이 재발해 면역항암제 투여를 놓고 극심한 심적 갈등을 겪었다. 신약이 급여 대상(건강보험 적용)이 아니어서 회당 200-300만 원에 달하는 면역항암제를 자비로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재산이 넉넉한 편이 아닌 그는 출가한 딸까지 아버지의 약값을 대느라 고생했다는 소식에 밤잠을 못 이뤘다.

최대 연간 억대에 달하는 면역항암제를 맞기 위해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았다는 사람도 많다.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팔거나 돈을 빌리는 ‘메디컬 푸어’가 양산되고 있다. 환자가 회생해도 생활비 마련을 위해 다시 고단한 삶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도 약값을 대는 사람은 행복한 편이다. 도저히 비싼 약값을 감당할 수 없어 마냥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삶의 질이 높을수록 면역력이 좋아 건강을 유지하고 암, 당뇨병 등에 걸려도 생존율도 높다. 건강수명을 누리기 위해서는 경제수준, 교육, 직업, 가족관계 등 사회환경적 요인도 중요하다. 저소득층의 위생 문제나 건강검진에 신경 써야 전체 암 발생률이 낮아진다. 말기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문제도 경제적 효율성과 생명 중시 관점에서 운영의 묘를 찾아야 할 것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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