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한 관계에 갇혀 있나요?”

[사진=Trueffelpix/shutterstock]
폭력성을 보이는 연인이 이따금 상냥한 태도를 보이면, 차마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라는 질문이 관계를 더욱 끊기 어렵게 만든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상대와 나의 관계가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관계를 끊지 못할 때 “나는 왜 이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지?”라는 질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심리학 박사 레슬리 베커-펠프스의 조언이다.

이런 질문은 오히려 현재 상황을 더욱 공고히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레슬리 박사에 의하면 ‘왜’라는 질문은 가령 다음과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나는 왜 저 사람을 떠나지 못하는 거지?”라는 질문은 “사랑하니까”라는 답변으로 돌아오고, “왜 그를 사랑하는 걸까?”라는 질문은 또 다시 “그가 가진 장점이 있으니까”라는 답변으로 이어진다. 불편한 관계를 벗어나는 해결책을 얻을 수 없는 질문과 대답이 꼬리를 무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레슬리 박사는 ‘왜’보다는 ‘무엇’과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라고 조언한다. 그는 미국 의료포털 웹엠디를 통해 “무엇과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라”며 “그러면 자신의 고충을 이해하고 솔루션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무엇’에 대한 질문= 우선은 자신이 현재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지 묻는다. 이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좀 더 깊고 풍성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 다음 현재 나는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또 미래에는 ‘무엇’을 경험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물어라.

예를 들면 “나는 지금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지?”라는 질문에 “가슴이 아프다”고 답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무슨 감정을 느끼지?”라는 물음에 “외롭고 슬프고 화가 난다”고 답할 수도 있다. 그 다음 “그렇다면 나는 무슨 감정을 느끼고 싶지?”에 “상대방과 통한다는 행복감을 얻고 싶다”는 답을 얻을 수 있다. ‘무엇’이라는 질문을 통해 현재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불편한 관계를 벗어나 좀 더 나은 상황으로 변화하고 싶은 의지를 다지게 된다는 것.

◆ ‘어떻게’에 대한 질문= 자신이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또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게 됐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실질적인 관계 정리를 위한 단계다.

“어떻게 해야 그 사람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관계를 정리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져야 한다는 것. 상대와 갈등이 심하지 않다면 회복 방법을, 폭력성처럼 극복이 어려운 문제라면 관계를 정리하는 방향으로의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본인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거나 전문가의 조언을 얻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는 것.

즉 ‘무엇’은 자신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얻는 단계이고, ‘어떻게’는 그 시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누군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때 더 이상 ‘왜’라는 질문에 머물러 있지 말라는 것.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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