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야동’이 장르물? 성범죄로 처벌해야”

요즘 지하철 여자 화장실 곳곳에는 ‘몰카 금지’ 경고문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수면 위로 떠오른 ‘몰카’ 등 디지털 성범죄는 최근 7년 사이 급증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는 IT기술의 발달로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몰카’, ‘리벤지 포르노’로 대표되는 디지털 성범죄는 그 외에도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합성된 성적 촬영물 유포 등 여러 유형이 있지만, 가장 문제 시 되는 경우는 역시 불법 촬영 및 동의 없는 유포다.

‘나의 사적인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을 때

불법 촬영물 유포 사건이 일어나고 피해자가 이를 인지했을 때,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한다. 피해자는 무엇보다 해당 촬영물을 삭제하기를 원한다. 삭제를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고 있다고 민원을 제기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 후 시정 요구를 한다. 심의 후 국내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불법 정보는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해외사이트에 유통될 때 주로 접속차단 조치를 한다.

대부분의 불법 촬영물은 주로 해외사이트에서 유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접속차단 조치가 압도적으로 많다. 2016년 기준, 7325건의 디지털 성범죄 정보 조치 중 10건이 삭제할 것이 요구됐고, 나머지 7315건은 접속차단 조치됐다. 2017년은 전체 2977건 중 단 한 건만 삭제가 요구됐다.

접속차단 조치가 가해지더라도, 인터넷 특성상 정보는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유포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어렵다. 접속 차단 조치만 이루어지면 촬영물은 온라인에서 지속해서 유포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유통을 막지 못한다. 접속차단이 이루어져도 새로운 주소로 유사사이트를 통해 유통이 가능하다.

해당 촬영물의 촬영자나 유포자의 수사도 어렵다. 경찰에 신고했을 때, 만약 피해 촬영물을 제3자가 유포한 경우라면, 가해자 특정이 어려워 수사 진행이 어렵다. 해외사이트일 때는 신원 확인이 더 어렵다. 합의하에 촬영한 성적 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할 때도, 유포의 고의성이나 증거가 없다면 가해자의 혐의 부인 시 이를 반박한 물증 확보도 어렵다.

촬영자나 유포자를 검거했을 때도 문제다. 현행 성폭력 처벌법은 일반적으로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불구속 수사가 이루어질 때, 피해 촬영물에 대한 증거를 은닉, 폐기, 재유포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피해자가 신고했을 때, 악의를 품고 촬영물을 2차 유포하는 경우도 많다.


불법 촬영물 유포도 성폭력

이처럼 디지털 성범죄 사건 발생 시 법의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이 많아 11일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방안 모색 공동 세미나’가 열렸다.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해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받는 범죄를 ‘성폭력 처벌법’을 적용하자는 의견도 제안됐다. 피해 촬영물의 구체적 정황이나 해당 촬영물 유포 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법성이 명확히 인정된다면 성폭력 처벌법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현행 성폭력 처벌법은 자신이 촬영한 성적 영상물을 동의 없이 유포할 때는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물론, 이 경우도 처벌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법정형이 낮은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의 김현아 변호사는 음란물 유포죄로 우회해서 처벌했을 때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성폭력 처벌법에서 규정하는 피해자로서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국선 변호사 지원도 되지 않는다”며 “가해자는 성폭력 처벌법에 따른 재범 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등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산 야동’을 한 장르로, 하나의 성적 취향으로 소비하는 문화를 만들며 막대한 수익을 올린 웹하드와 불법 사이트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의 목소리도 컸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피해 촬영물을 ‘야동’으로 사고팔며 시장을 만들고 성폭력을 산업화한 대상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vchal/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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