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암 환자의 후회 “소변의 변화를 잘 살피세요”

“방광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고, 지금까지 인공 소변주머니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소변의 변화가 주요 증상인데,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평소보다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나중에는 색깔까지 변하더군요. 소변 색이 진해지더니 결국 혈뇨를 보게 됐습니다. 혈뇨 증세가 심해져 비뇨기과병원을 방문한 결과 방광암 진단을 받았지요. 내 몸에 관심을 가져 암을 빨리 발견했으면 방광 제거까지 안 갔을 텐데…”(40대 남성 방광암 환자 박 모 씨)

박 씨는 방광 제거 수술 후에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속옷이나 이불을 수시로 적시고, 소변주머니 착용으로 인해 자주 피부염을 앓았다. 수술한지 2년이 지났지만 혹시 실수라도 할까봐 자택을 벗어나 잠을 자지 못한다. 그는 “건강할 때는 몰랐는데 마음대로 화장실에 가는 것도 신의 축복”이라고 했다.

–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흔히 완치의 기준으로 삼는 방광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을 보면 암이 방광에만 국한될 경우 87.1%에 이른다. 하지만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에까지 전이가 되면 13.9%까지 뚝 떨어진다(2017년 국가암등록통계). 늦게 발견하면 생명을 건지더라도 방광은 물론 전립선과 정낭까지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삶의 질이 급격히 악화된다.

구자현 서울대학교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방광암은 조금 진행된 경우에도 다른 암에 비해서 예후가 많이 안 좋다”면서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구자현 교수를 비롯한 많은 전문의들이 방광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방광암은 조기에 암을 발견해야 생존율을 높이고 방광을 살릴 수 있다.

– 혈뇨가 단 한 번? 그래도 검사를 받아라

방광암의 흔한 증상은 혈뇨로, 대부분 본인이 관찰할 수 있다. 통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변 색깔은 간장 색부터 선홍색까지 다양하다. 핏덩어리까지 나오는 혈뇨가 있을 수 있고, 배뇨의 시작이나 끝에만 피가 비칠 수도 있다. 소변검사에서 우연히 혈뇨가 발견되면 방광암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혈뇨는 방광암 증상만은 아니다. 감염이나 결석이 혈뇨의 더 흔한 원인인데, 이 경우 통증도 있을 수 있다. 혈뇨 증상이 금세 없어진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된다. 방광암 등 병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이는 혈뇨가 단 한 번이라도 있어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40세 이상이라면 방광암을 의심해야 한다.

방광암의 다른 증상으로는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배뇨 시의 통증, 소변이 급하거나 너무 급해서 소변을 지리는 급박성 요실금 등이 있다. 병이 상당히 진행되면 체중 감소와 뼈 전이에 따른 뼈 부위의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아랫배에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하고, 방광암이 요관 입구를 막아 신장에서 소변이 내려오지 못하면 옆구리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 금연은 필수. 간접흡연도 피해라

방광암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연령, 흡연, 화학 약품에 자주 노출되는 직업, 진통제나 항암제, 감염 및 방광 결석, 방사선 치료 등이 방광암의 위험 요인이다.

방광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는 흡연이다. 담배 속의 발암 물질이 폐를 통해 우리 몸에 흡수되어 피로 들어가 신장을 거쳐 소변에 남게 된다. 소변에 포함된 발암 물질은 방광의 점막 세포에 손상을 가져오고 결국 암으로 발전한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흡연자가 방광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의 2-7배나 된다. 방광암의 남성 환자 50-65%, 여성 환자 20-30%가 흡연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방광암의 발생 빈도는 흡연 기간 및 흡연량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유소년기에는 직접 흡연뿐만 아니라 간접 흡연에 의해 방광암이 증가한다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고무, 가죽, 직물, 인쇄 재료, 페인트 제품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화학 물질인 아민류인 2-나프틸아민, 4-아미노바이페닐, 벤지딘 등을 취급하는 사람도 방광암에 신경 써야 한다. 전체 방광암의 20-25%가 직업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골반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사람도 방광암 발생 위험률이 2-4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과일, 채소 충분히 먹고 조리법에도 주의하라

방광암 예방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위험 요인부터 없애는 것이다. 금연과 함께 간접흡연을 피하고 아민 등 화학 물질을 취급하는 사람들은 안전에 신경 써야 한다. 위험 요인에 노출된 사람들은 소변검사, 요세포검사 등 방광암에 대한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고 붉은 고기 및 가공 육류는 적게 섭취하는 것이 방광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과일 섭취량이 하루 100그램 늘어날수록 방광암 발생 위험이 20%씩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육류를 소금에 절여 먹거나 숯불구이 형태로 섭취할 경우 방광암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논문이 있다. 고기를 조리할 때는 소금을 적게 사용하고, 굽기보다는 찌거나 삶는 방식이 방광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사진=Magic mine/shutterstock]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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