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낙태 합법 표결, 전 세계 시선 집중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라!” 아르헨티나의 임신 중지 합법화 표결을 앞두고, 우리나라 여성, 사회단체도 국제 연대에 나섰다.

8일 16개의 단체로 구성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아르헨티나 대사관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아르헨티나의 임신 중지 합법화 운동에 지지의 뜻을 밝혔다.

지난 6월 14일 아르헨티나 하원 의회는 임신 14주까지 임신 중지를 허용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8일 해당 법안은 상원 의회에서 표결 예정이다. 8일은 아르헨티나 여성권에 있어 역사적인 날로, 이에 연대하고자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전 세계에서 국제 연대의 날로 지정됐다.

민주노총 봉혜영 여성위원장은 “법과 제도를 통해 사실상 생명을 선별해온 국가는 여성에게도 폭력적”이라며 “민주노총은 여성의 권리와 건강권을 지키는 일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 위원장은 노동력의 필요성에 따라 임신 중지 규제가 강화되기도 완화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이후로는 출산 통제의 필요성이 낮아지고 태아의 생명권과 같은 담론이 전파되면서 임신 중지를 하는 여성이 비난의 대상이 됐다는 것.

아르헨티나에서는 연간 50만 건의 임신 중지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문적 의료 조치가 없어 시술 과정에서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한다. 아르헨티나는 1983년 이후 3000명이 넘는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 중지로 목숨을 잃었고, 모성 사망 원인의 30% 이상이 안전하지 못한 임신 중지 때문이다. 봉 위원장은 “낙태죄 폐지는 전 세계 여성의 권리와 존엄을 위한 요구”라고 말했다.

지난 6일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현재 임신 중지를 처벌하고 있는 형법 269조가 헌법에 위배되는지의 여부를 이달 말 선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재판관 5명의 임기의 만료를 앞두고 마지막 선고 기일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모낙폐 나영 정책교육팀장은 “이 순간에도 많은 여성이 안전하지 못한 임신 중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다음 재판관으로 낙태죄 폐지를 처음부터 검토하고 판결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번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아르헨티나 상원 의회에서 임신 중지를 허용해 우리나라에도 경고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의 임신 중지 합법화 표결이 기대되는 이유는 조금 특별하다. 아르헨티나와 한국은 임신 중지 규제와 관련해 비슷한 점이 많다. 형법상 금지되어 있고, 산모의 건강에 위협이 되거나 성폭력에 의한 임신 등 엄격한 예외 조항도 비슷하다. 두 나라 모두 현재 사회적으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국가적인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아르헨티나는 인구의 90%가 가톨릭교도인 만큼, 임신 중지가 합법화될 경우 세계적인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근의 브라질 또한 공청회를 열어 임신 중지 합법화에 관한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

나영 팀장은 “여성들은 출산을 위한 도구가 아닌 사회 속에서 다양한 조건과 맥락에서 자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라며 “이런 여성들의 결정을 단지 한순간의 선택으로, 태아의 생명권과 대립하는 선택으로 이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회가 여성의 성적 권리를 사회적 평등을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낙태죄 폐지와 함께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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