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앞’으로 인지하는 이유 (연구)

사람은 과거를 ‘뒤’, 미래를 ‘앞’이라는 공간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연구를 보면 선천적으로 시력 장애를 가진 사람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시간의 흐름을 공간에 비유하는 것은 몸이 공간을 통과하듯 시간도 통과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과거는 지나온 공간처럼 뒤에 있고, 미래는 발길을 옮겨 향하고 있는 앞의 공간처럼 인식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탈리아 파비아 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선천적으로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인지한다. 연구팀은 17명의 정상적인 시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선천맹 혹은 시각 장애가 조기 발현한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 17명을 모집했다.

실험 참가자는 연구팀의 지시에 따라 책상에 앉아 헤드폰을 착용했고,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들은 눈가리개도 썼다.

그 다음 헤드폰을 통해 이탈리아 단어들을 듣고, 각 단어가 과거 혹은 미래 중 무엇과 연관이 있는지 재빨리 분류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실험에 쓰인 단어는 ‘Prima(이전에)’, ‘Imminente(임박한)’, ‘Scrisse(썼다)’, ‘Scriverà(쓸 것이다)’ 등이다.

실험 참가자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2개의 버튼 가운데 하나를 눌렀다. 버튼 하나는 팔을 앞으로 뻗어야 누를 수 있는 위치, 다른 하나는 팔을 뒤로 당겨야 누를 수 있는 곳에 있었다.

실험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미래와 관련된 단어를 들을 땐 앞 버튼을 누르고, 과거와 관련된 단어를 들을 땐 뒤 버튼을 누르는 방식 하나, 반대로 미래와 관련된 단어를 들을 때 뒤 버튼, 과거 단어를 들을 때 앞 버튼을 누르는 방식 하나다.

실험 결과, 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들은 미래 단어를 듣고 앞 버튼을 누를 때가 뒤 버튼을 누를 때보다 빠른 반응 속도를 보였다. 반면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두 가지 방식의 반응 속도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를 통해 볼 때 시간을 공간과 연관 짓는 사고는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 경험’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앞과 뒤라는 공간을 실제 눈으로 볼 수 있을 때 과거는 뒤, 미래는 앞이라는 사고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The ego-moving metaphor of time relies on visual experience: No representation of time along the sagittal space in the blind)은 ‘실험심리학지’ 2018년 3월호에 실렸다.

[사진=BoBaa22/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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