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은 당신을 지혜롭게 만든다 (연구)

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혼, 실직… 인생의 역경에 부닥칠 때 우리는 ‘내가 세상을 잘못 살았나?’하는 체념과 함께 시쳇말로 멘붕에 빠진다. 사회심리 학자들이 정체성(sense of personal meaning)의 붕괴라고 표현하는 상태다.

오리건 주립 대학교 연구진은 인생의 중대한 역경을 경험한 56~91세의 성인 50명을 심층 인터뷰한 연구에서 “정체성을 뒤흔드는 인생의 역경은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지혜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들은 세 가지 방식으로 인생의 역경을 토로했다.

첫 번째 답변은 인생의 역경이 삶의 의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 50명 중 13명이 그랬다. 두 번째는 인생의 역경을 통해 자신들의 삶의 의미나 신념이 명확해졌다고 답한 사람들. 5명이었다. 마지막으로 32명은 인생에서 힘들었던 순간에 삶의 의미가 혼란스러워졌으나 결국 자기 자신, 인생의 신조, 세계관을 반성하게 만들었다고 답했다.

캐롤린 알드윈 교수는 두 번째, 세 번째 답변자들에 대해 “역경의 사건이 인생을 뒤흔들어놓은 셈”이라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쁜 일이 인생의 변화를 촉발시키고 새로운 지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인터뷰에서 사회적 환경이 개인들의 역경에 대한 대처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발견했다. 예컨대 가족이나 친구들 혹은 낯선 사람들(특히 동변상련을 겪은 사람들)이 보내는 정서적 지지, 기대하지 않았던 지원은 전문가들의 조언 못지않게 역경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요청한 적이 없었던 뜻밖의 지원을 받을 때 당사자들은 전에 없던 연민과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었으며, 동병상련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보다 깊은 정체감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드윈은 “인생의 지혜는 그저 나이를 먹는다고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며 “인생의 역경을 딛고 다시 삶을 추스린 사람이야말로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일생일대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사회적 지원을 잘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The Development of Wisdom: A Social Ecological Approach)는 노인학 저널(Journals of Gerontology: Series B)에 실렸다.

[사진= g-stockstudio/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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