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잔소리, 잘하는 방법

“어느 대학 갔니?”, “살 좀 빼야지”, “아직 놀고 있니”, “사귀는 사람은 있냐.” 이번 설에도 잔소리가 싫어 친지 만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런 잔소리는 명절 분위기를 망치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잔소리는 듣는 사람을 자극해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로 명절 내내 우울한 기운이 감돌 수 있다. 자녀나 친구를 위해 진심을 담아 전하는 말도 듣기에 따라 마음에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살 빼라”는 잔소리는 오히려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에 따르면 부모가 식탁에서 나쁜 식습관이나 생활태도에 대해 잔소리를 심하게 하면 아이들은 오히려 거부감을 느껴 과식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르는 사람의 잔소리보다 부모, 친척의 잔소리에 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우선 가족은 ‘내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밥상머리에서 대화가 끊겼을 때 “그런데, 너 올해는 취직해야지”라는 부모의 한 마디는 큰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사람은 어릴 적에 부모에 의해 자극이나 억압을 받았던 요소들을 무의식의 세계에 저장한다.

특히 명절에 온 가족이 두루 모인 장소는 경험을 공유한 여러 사람의 무의식이 함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무심코 툭 던진 잔소리 한마디가 자녀의 이런 무의식을 건드려 갈등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옛날에는 가깝다고 생각하면 남의 생활에 침투해도 된다는 의식이 있어 남과 나의 경계가 불분명했고 어른의 잔소리가 문제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현대사회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경계를 지키고 싶은 욕구가 강하므로 잔소리가 듣는 사람의 방어 본능을 촉발시킨다”고 말한다.

잔소리 한마디가 가족 간의 불화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집안 어른들도 배려와 존중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말하는 빈도를 줄이고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한 뒤 이야기해야 한다.

특히 여러 사람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한 사람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는 자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어른이 말을 하면 상대방이 무조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환상을 깨야 한다.

“어른이 말하는데, 감히”라는 말까지 나오게 해선 곤란하다. 명절 식사 자리에서 ‘밥상머리 교육’은 가급적 멀리 해야 한다.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 둘이 있을 때 이야기 하거나, 봉투 속에 세뱃돈과 함께 편지에 내용을 담으면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다.

명절 때가 아니더라도 부모 자식, 부부, 친구 간에 꼭 할 말이 있을 때 편지를 쓰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편지 봉투에 담은 진심어린 잔소리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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