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도 ‘잠 부족’ 느끼면 해로워(연구)

어둠속에서 외롭고 적막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불면증, 그로 인한 잠 부족은 현대인의 상당수가 경험하는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이로 인해 신체와 정신이 망가진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실질적인 잠 부족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 본인에게 불면증이 있다는 착각이다. 이 같은 생각만으로도 건강에 해를 입는다.

국제학술지 ‘행동연구와 치료(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에 불면증에 관한 연구내용을 발표한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연구팀은 불면증에 대한 생각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불면증은 다음날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나쁜 수면 상태를 의미한다. 이 같은 나쁜 수면 상태와 불면증, 건강 상태 등의 상호 연관성을 살피기 위해 연구팀은 이와 연관된 설문조사 내용들이 담긴 연구논문 20여 편을 검토했다.

각 논문에는 “보통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혹은 “자신의 수면 상태에 만족하는가?”와 같은 설문에 대한 답변들이 실려 있다.

이러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실질적인 수면 부족이 불면증 증세를 일으키는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55세 이상 실험참가자 4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임상적인 관점에서 수면 상태가 나쁜 것으로 평가되는 사람들도 대부분 자신이 불면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임상적인 관점에서 보는 불면증은 최근 6개월 동안 잠드는데 30분 이상 소요되는 날이 주 3일 이상 될 때를 의미한다.

이처럼 불면증으로 진단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면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불면증 없이 잘 자는 사람들과 다음날 느끼는 피로감이 비슷했다. 불안감이나 우울감 역시 높지 않았다.

뇌파 기록 등을 이용한 수면다원검사와 수면일기 등 수면 상태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지표들을 바탕으로 한 연구내용들도 이러한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 자신의 수면 상태에 대해 특별히 불만이 없는 사람은 실제 수면의 질이 떨어져도 불안감과 우울감 수치가 높지 않았다.

약 1700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대규모의 연구에서도 불면증은 고혈압 위험을 3.5~5배 증가시켰지만, 자신을 불면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는 이런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로 스스로 불면증이라고 불평하는 사람들 중 임상적인 기준에서 불면증이 아닌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은 적절한 수면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심한 피로를 느꼈다. 또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도 수반됐다.

즉 수면 부족과 불면증이라는 진단 결과보다는 스스로 수면 상태가 나쁘다는 생각이 피로감을 높이고 정신과 신체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연구내용은 수면 치료 시 심리치료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단 점을 시사한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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