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도 놀라운 암기력 발휘할 수 있다(연구)

놀라운 기억력과 암기력을 소유한 사람들이 있다. 길게 나열된 명단이나 전화번호부를 짧은 시간 안에 암기한다. 보통 사람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능력처럼 보인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평범한 사람들도 훈련을 통해 이 같은 암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간단한 연상기억법을 이용하면 기억력과 암기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교 공동연구팀의 주장이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뇌 훈련법은 기억술의 일종인 ‘장소법(method of loci)’이다. 장소법은 특정 장소에 놓인 물건들과 암기해야 항목들을 결합해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장소를 배경으로 해야 좀 더 암기하기 쉽다. 암기한 내용을 떠올릴 때 해당 장소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나열된 물건을 따라 기억을 상기시키면 된다. 지난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암기법은 기억력에 관여하는 뇌 영역을 강화한다.

연구팀은 전문 암기선수 17명과 평범한 암기능력을 가진 일반인 51명을 대상으로 암기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실험참가자들의 뇌를 촬영했다.

실험참가자들은 72개의 단어가 적힌 목록을 암기하고 둘씩 짝을 지어 암기대결을 했다. 20분간 암기할 시간을 준 뒤 대결을 진행한 결과, 암기선수들은 평균 71개의 단어를 떠올렸고, 일반인들은 40개의 단어를 기억해냈다.

그 다음 일반인들을 다시 3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6주간 온라인상에서 장소법 훈련을 받도록 했고, 또 다른 한 그룹은 다른 기억술을 통해 암기훈련을 받도록 했으며 마지막 한 그룹은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6주가 지난 뒤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암기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6주간 장소법 훈련을 받은 그룹에게서 극적으로 암기력이 향상된 결과가 나타났다. 거의 암기선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실력이 좋아졌다. 심지어 4달이 지난 뒤 다시 불러 테스트를 봤을 때도 여전히 높은 암기력을 보였다.

뇌를 촬영한 결과를 살펴봤을 때도 장소법 훈련을 받은 사람들은 암기선수들과 유사한 패턴으로 뇌 구조가 변화했단 점이 확인됐다. 뇌의 기억 네트워크의 변화가 실험참가자들의 암기 수준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반면 나머지 두 그룹은 특별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뉴런(Neuron)저널’에 실린 이번 연구에 따르면 암기력은 꼭 타고나는 것만은 아니다. 이처럼 훈련을 통해서도 향상될 수 있다. 단 이러한 암기법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인지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될지의 여부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확인해봐야 할 과제다.

[사진출처=ziviani/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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