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진단 늦어지는 건 ‘위장 전략’ 때문

자폐증은 일반적으로 아동기에 진단 내려진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뒤늦게 진단 받는다. 오랫동안 진단의 레이더망을 비껴나갈 수 있는 이유는 ‘자폐증 위장’때문일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폐증 위장은 자폐증 환자가 사회의 보편적인 규칙을 익혀 자폐증이 없는 것처럼 위장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실질적으로는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아닌 척한다는 것이다. 가령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눈을 응시한다거나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 식으로 사회에 적절히 스며든다.

하지만 자폐증 위장은 상당한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신적으로 녹초가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로 인해 자칫 불안증이나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웠다.

또 자폐증 위장과 관련한 성별차이를 밝힌다면 왜 자폐증 스펙트럼 장애가 주로 남성에게 나타나는지도 설명가능해질 것으로 보았다. 만약 여성이 위장 전략에 능하다면 자폐증이 있으면서도 제대로 진단 받지 못하는 케이스가 많을 수 있단 예측이다.

연구팀은 자폐증 남성 30명, 여성 30명 등 총 60명을 대상으로 내적 징후와 외적 징후를 관찰해 드러난 차이점을 연구의 도구로 삼았다. 실험참가자들의 연령과 지능은 유사하며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자폐증 환자들이 공공연히 보이는 행위들은 자폐증 진단 관찰 척도(ADOS)를 활용해 파악했다. 또 자폐증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자폐증 스펙트럼 지수(ASQ), 자폐증 환자의 내적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눈을 보고 상대방 감정 파악하기 테스트’도 이번 연구에 이용됐다.

위장을 하려면 인지적, 감정적 비용이 크게 들기 때문에 자폐증 위장을 하는 사람은 불안증과 우울증 수치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실험참가자들의 뇌 구조를 스캔하는 MRI 검사도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이 예상했던 것처럼 자폐증이 있는 여성 집단이 남성 집단보다 위장을 잘 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위장과 우울증의 연관성은 남성에게서만 나타났고, 불안증은 성별에 관계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뇌 구조 관찰 결과에서는 신경해부학적인 관점에서 성별차이가 발견됐다. 여성은 소뇌와 후두부 영역의 부피가 작을수록 자폐증 위장과 연관성이 깊었던 반면, 남성은 이 같은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자폐증 위장에 대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자폐증 진단 및 치료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내용은 ‘자폐증저널(Journal Autism)’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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