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며 울기, 행복감 높인다

드라마와 영화 보기는 소중한 일상이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TV 앞에 앉아 등장인물이 불의에 고통을 당하거나, 억울하게 죽거나, 사랑을 잃을 때 함께 눈물을 흘린다. 미국오클라호마대학교 심리학과의 제니퍼 반즈 교수에 따르면 우리 뇌는 실제 인물 및 가상 인물과 맺는 관계를 구별하지 않는다. TV 속의 인물도 소통은 불가능하지만, 진짜 친구나 마찬가지다.

드라마 보고 우는 모습을 한심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편견이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일에는 이유가 있다. TV를 보고 우는 행위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비극을 보고 느꼈던 ‘카타르시스’와 같다. 카타르시스란 쉽게 말해 감정 배설이다. 비극적 면모를 갖춘 드라마나 영화 역시 부정적 감정을 배출하는 통로다. 반즈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드라마를 보고 울었던 사람들이 나중에 기분이 약간 더 나아지는 경향이 있다.

드라마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공감하는 능력도 높인다. 학술지 ‘사이언스’에 문학작품을 읽고 난 후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읽는다는 연구(2013)가 발표된 적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반즈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미국의 유명 드라마 ‘굿와이프’를 보여주고 공감능력을 측정했다. 예측은 들어맞았다.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에 비해 드라마를 본 사람은 사진 속의 인물이 지은 표정으로 지금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더 잘 추론했다.

드라마는 우리를 더 착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감정을 밀도 있게 드러낸 드라마를 봤을 때, 사람들은 타인에게 더 친절하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911 테러 당시 아내와 이혼하고 친척을 잃은 소방관의 이야기를 시청한 참가자들은 연구자들을 도와달라는 말에 더 쉽게 응했다.

물론 드라마 보는 일에 순기능만 있는 건 아니다. 반즈 교수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드라마 주인공의 불행에 깊이 감정을 이입해 되레 더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반즈 교수는 “드라마를 보고나서 슬픔이 오래가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우울증 등 정신과적 질환이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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