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인지감퇴 예상보다 일찍 시작된다

또렷한 기억력, 신랄한 판단력과 같은 인지기능은 나이가 들수록 떨어진다. 그런데 정확히 언제부터 감퇴하기 시작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여성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단 일찍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인지기능 감퇴는 60대에 접어들어야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캘리포니아대학교 LA캠퍼스 연구팀에 따르면 50대 여성에게서도 인지기능 감퇴의 흔적이 발견됐다.

지난주 ‘플로스원(PLOS ONE)저널’에 이러한 내용을 게재한 연구팀은 폐경기 이후 여성을 10년간 관찰해 평균 5% 인지능력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지기능은 두 가지 분야를 바탕으로 측정했다. 하나는 인식 및 반응 과정이 얼마나 신속하게 진행되는지 측정하는 ‘처리속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단어와 언어를 기억하는 ‘언어적 기억’ 능력이다.

실험 결과, 처리속도는 2년마다 평균 1% 감퇴했고, 언어적 기억은 5년마다 1%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 같은 실험결과는 중년층 여성에게서는 인지기능의 변화가 잘 감지되지 않는다는 선행 연구와 대조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번 연구의 주요저자인 해당대학 의과대학 에이런 교수는 “젊은 여성과 중년층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전 연구에서 반복적인 테스트를 통해 인지기능 점수를 높일 수 있단 점을 발견했다”며 “이는 ‘연습효과’ 덕분이다. 이번 연구는 이 같은 연습효과를 일으키는 요인들을 제어한 상태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건강한 성인여성 2124명이 이번 실험에 참여했고, 평균 6.5년간 정기적으로 인지 테스트를 받았다. 실험참가여성들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사이 처음 연구에 참여해 1~2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았다. 연구가 시작된 시기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미 폐경기를 지난 상태였다.

그렇다면 여성의 인지기능 감퇴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 이유는 뭘까. 폐경이 그 원인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연구팀은 폐경기와 인지기능 저하 사이의 특별한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에스트로겐 수치 감소와 같은 호르몬 변화가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실험참가자들마다 개인차도 컸다. 일부 여성은 감퇴가 재빠른 속도로 진행된 반면, 일부 여성은 천천히 진행됐다. 모든 참가자가 폐경기를 넘어섰단 점에서 이 같은 개인차는 호르몬 수치 변화 외의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연구팀은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염증 수치 등이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이 같은 개인차가 벌어지는 게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인지기능 감퇴를 최소화하려면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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