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기 당기게 만드는 유전자 있다

살빼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단지 의지력 부족 때문에 음식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걸까. 식욕은 의지력 하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식욕을 억누르기 어렵도록 만드는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특정 돌연변이 유전자가 지방기 있는 음식을 선호하도록 만든다.

이번 실험에 따르면 지방기 많은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단 음식에 대한 욕구가 적었다. 또 지방이 든 식품을 선호하도록 만드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1%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방뿐 아니라 모든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이처럼 뇌 회로 안에 선천적으로 내장돼 있다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유전적 요인 때문에 식욕을 억제하기 어려워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단 게 연구팀의 관점이다.

유전자를 토대로 음식 선호도가 결정된다는 사실이 보다 확실히 증명된다면 과식을 하거나 비만인 사람들의 식욕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만드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지방 음식에 대한 욕구가 있다. 지방은 열량이 높기 때문에 지방이 풍부하게 든 음식을 먹어야 생존율을 높이는데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주변에 먹을거리가 많지 않던 시기, 사람은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음식물을 발견할 때마다 무조건 많이 먹어 에너지를 축적해두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에너지 활용도가 높은 지방기 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무조건 섭취하고 보려는 습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멜라노코르틴-4수용체(MC4R)와 연관된 뇌의 특정 신경연결통로가 붕괴되면 지방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설탕에 대한 욕구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이를 통해 볼 때 MC4R이 식욕제어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이다.

이번 연구팀은 사람을 대상으로 이 돌연변이가 음식을 선택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확인하고자 했다. MC4R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러 음식을 차려놓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도록 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는 총 세 가지 음식이 준비됐는데, 외관상 동일해 보이는 이 음식들은 사실상 지방 함량이 각각 20%, 40%, 60%로 차이를 보였다. 날씬한 사람, 비만인 사람, MC4R 유전자 결함이 있는 사람 등 총 세 그룹을 대상으로 음식에 대한 선호도를 확인해본 결과, 유전자 결함이 있는 그룹이 날씬한 그룹보단 고지방 음식을 2배 이상, 비만인 그룹보다는 1.5배 이상 많이 먹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디저트로 단 음식을 제공했을 땐 오히려 유전자 결함이 있는 그룹이 다른 두 그룹보다 덜 먹는 결과를 보였다. 설탕에 대한 식욕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제공한 음식들은 눈으로 보기에 차이가 없었고 냄새와 질감도 구분 가능할 정도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음식에 대한 선호도는 후천적인 요인 때문이라기보단 선천적으로 결정된 것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그 만큼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식욕을 억제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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