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동안에도 바깥세상을 인식할 수 있을까(연구)

꿈속에서 맨손으로 날아오는 야구공을 잡았다. 얼얼한 아픔에 놀라 잠을 깨고 보니 손바닥 위에 커다란 말벌 한 마리가 윙윙거리고 있다. 이는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꿈에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잠을 자는 동안 우리는 외부세계를 얼마나 인식할 수 있을까.

앞선 예시는 말벌에게 물릴 수 있는 잠재적 위험상황을 뇌가 인지하고 잠을 깨운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아기를 출산한 여성이 아기 울음소리에 민감해져 쉽게 잠이 깨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저널’에 발표된 새로운 논문이 뇌파검사를 통해 잠자는 동안 뇌가 얼마나 바깥세상을 인지할 수 있는지 관찰했다.

우선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동물과 사물이름을 들을 때마다 각기 다른 손으로 버튼을 누르는 실험에 참여토록 했다. 실험참가자들이 정확한 버튼을 누르면 반응을 보인 손의 반대쪽 뇌에 있는 운동피질이 추가적인 활동을 한다는 걸 나타내는 ‘측면준비전위’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이 수면 상태에 있을 때도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신체반응이 멈춘 가벼운 수면 상태에서도 단어를 들으면 측면준비전위가 활성화됐다. 이는 뇌가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깊은 비렘수면이나 렘수면 상태에선 이 같은 뇌 신호가 관찰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렘수면 단계가 바깥세계와 완벽하게 단절된 것도 아니었다. 깨어있을 때 학습했던 단어에 대해서는 적절한 반응을 보여 얄팍하게나마 바깥세계를 인식하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이 뇌전도를 이용해 의식 단계를 측정한 결과, 깨어있을 때 의식 수준이 가장 높았고 가벼운 비렘수면일 때 좀 더 낮았으며 깊은 비렘수면일 때 가장 낮았다. 반면 꿈꾸는 단계인 렘수면일 땐 깨어있을 때와 유사한 의식 수준을 보였다. 즉 꿈꾸는 수면단계는 깨어있을 때처럼 바깥세상을 의식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단 꿈속 상황과 엮여 다른 형태로 변질돼 나타날 뿐이란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볼 때 렘수면 단계일 때는 삶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될 땐 의식이 살아나는 반면, 그렇지 않을 때는 차단되는 경향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즉 잠을 잘 때 일어나는 뇌의 활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하루의 기억을 정리하기 위해 외부세계와 단절된 시간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외부위험요인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의식 역시 필요하단 것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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