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외에도…인류를 괴롭힌 전염병 10

국내에 콜레라 환자가 발생해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콜레라는 전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유행적으로 발생하는 전염병의 하나다. 현재에도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는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콜레라는 콜레라균(V. cholerae)에 의한 소장의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묽은 설사 질병이다. 환자의 대변이나 구토물에 오염된 음식물 또는 식수를 먹어서 감염과 전파가 된다. 콜레라균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감염되는 것이다.

콜레라는 해수에서도 살 수 있는 균이므로 균에 오염된 해산물을 날 것이나 설익혀 섭취하는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 특히 제산제를 장기간 투여 받는 사람, 위 수술을 시행 받은 사람 등 위산의 분비 능력이 떨어진 사람은 적은 양의 균으로도 콜레라에 걸릴 수 있다.

사실 콜레라를 비롯한 전염병은 인류 역사의 가장 큰 공포였다. 인류는 지난 1000년 동안 새로 만난 바이러스와 세균 때문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인한 전염병은 인류 문명을 온통 뒤흔들어 놓았다.

이중 지금까지 인류가 정복한 전염병은 천연두 하나밖에 없다. 건강정보 사이트 자료를 토대로 지난 1000년간 인류를 괴롭힌 전염병을 알아본다.

한센병=문둥병, 나병으로도 알려진 이 병은 구약성경에도 나올 만큼 역사가 깊다. 11세기 십자군전쟁 중 중동에서 ‘강력한 나균’이 유럽에 들어와 13세기까지 급속히 번졌다.

흑사병=유럽 인구의 3분의1을 숨지게 한 흑사병(페스트)은 1348년 유럽에 상륙했다. 흑사병은 인도와 아시아 남부에 살고 있는 곰쥐의 벼룩을 통해 옮겨지는데 14세기 몽골군의 침략에 따라 유럽으로 몰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매독=1494년 프랑스의 샤를르 8세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의 병사로 연합군을 편성해 이탈리아를 침공했다. 그러나 나폴리에서 병사들에게서 나병보다 더 심한 피부병이 나기 시작, 긴급 철수해야만 했다. 매독 때문이었다.

최근까지는 콜럼버스가 이 병을 신대륙에서 가져왔고 스페인 병사들을 통해 퍼진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전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질병 프람베시아가 사실은 매독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지금은 ‘신대륙 기원설’과 ‘균 변이설’이 서로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발진티푸스=매독과 비슷한 시기에 키프로스 섬에서 전투에 참여했던 병사들을 통해 스페인에 들어왔다. 1526년 이탈리아를 침공한 프랑스 군에서 돌았으며 19세기 초 아일랜드 감자 기근 때 다시 유행했다. 1차 세계대전 때는 200만∼3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천연두=유럽이 매독과 발진티푸스 등에 시달릴 때 ‘신대륙’ 아메리카는 생전 처음 겪는 역병에 시달려야만 했다. 스페인의 침입 이전 아메리카의 인구는 대략 1억 여 명이었으나 이 중 90% 이상이 새 전염병 때문에 숨졌다. 바로 1518년 유행한 천연두였다.

2년 뒤 아스텍의 원주민들은 침략군인 스페인 군을 물리칠 기회가 있었으나 천연두 때문에 퇴각해야만 했다. 천연두는 아스텍의 국경을 넘어 과테말라, 잉카제국 등을 초토화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대부분 어릴 적 이 병에 감염돼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면역력이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1980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가 지구에서 사라졌다고 공식발표했다. 3년 전인 77년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마지막 환자가 발견된 뒤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던 것이다. 국내에서는 1960년 세 명이 이 병에 걸린 것을 끝으로 환자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결핵=인도에선 기원전 1000년경, 중국에선 수나라 때 결핵에 대한 기록이 있었지만 대규모 창궐은 유럽에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된 19세기에 비로소 이뤄졌다. 최근 200년 동안 10억 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스페인독감=20세기 들어 세균학이 승리를 거두고 있었지만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이탈리아말로 ‘천체의 영향’이란 뜻의 인플루엔자, 즉 독감이었다. 1918년부터 2년 동안 지구촌을 휩쓸면서 2500만∼1억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식민지 조선에서도 740만 명이 감염돼 14만 명이 숨졌다.

스페인독감은 1차 대전 때 미국의 병영에서 첫 발생했으며 병사들의 이동에 따라 세계로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선 프랑스 전선에서 먼저 발병했으나 스페인 언론에서 이를 보도했다고 해서 스페인독감이라고 이름 붙었다.

콜레라=이것도 유럽의 식민지 정책이 퍼뜨린 병이었다. 콜레라는 원래 인도의 벵갈 지방에 유행하던 풍토병이다. 1817년 영국군의 배를 통해 캘커타로 옮아졌고, 1826년 벵갈 지방에 재유행하면서 러시아 남부에까지 퍼졌다. 러시아는 전쟁을 통해 페르시아, 터키, 폴란드 등에 이 병을 옮겼고 1830년대엔 이집트, 영국, 캐나다, 미국, 멕시코까지 퍼졌다.

말라리아=기원전부터 아시아와 유럽 등에 있었으며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의 기록에도 나오지만 아메리카에는 없었다. 1493년 남미를 초토화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0년에 24억 명이 이 병에 걸렸지만 지속적인 모기장 공급 운동의 덕분에 5억 명으로 줄었다.

에이즈=1980년 11월 미국 UCLA대학의 마이클 고트리브 박사는 생전 처음 보는 환자를 만났다. 32세의 화가였는데 목구멍에 지독한 진균 감염이 있었고 폐렴도 겹쳐 있었다. 고트리브는 이 환자의 혈액을 검사하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면역 조직이 완전히 망가져 있었던 것.

같은 시간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에서도 똑같은 증세의 환자가 병원을 찾고 있었다. 고트리브는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에 즉각 보고했고 CDC의 주보를 통해 세계에 알려졌다. 1983년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몽따니에 박사가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 세계의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어 비록 바이러스 자체를 박멸하지는 못하지만 병을 억제 관리하는 수준까지 왔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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