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감정 잘 구분하는 사람, 슬픔 잘 견딘다

 

최근 국내에서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해외에서는 ‘올랜드 총기난사 사건’으로 분개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강남역과 올랜드클럽 주변으로 추모 행렬이 꾸준히 이어지는 등 집단 트라우마 현상까지 일어났다. 이 같은 사건이 벌어졌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가. 단지 “기분 나쁘다”는 생각이 드는가, 아니면 좀 더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 가능한 감정이 드는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느냐에 따라 건강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단순히 기분이 나쁘단 표현보단 시무룩해졌다거나 비애감에 빠졌다는 등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전반적으로 정신건강 상태가 양호할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자 리사 펠드먼 바렛은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를 통해 “유사한 감정들의 차이를 잘 파악해내는 능력을 ‘감정적 과립상’이라고 부른다”며 “감정적 과립상이 뛰어난 사람은 유사한 의미와 비슷한 수준의 자극을 일으키는 감정 사이의 차이점을 잘 분별해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참가자들에게 분노, 난처함, 죄책감, 후회 등의 단어를 제시하고 그 차이점을 얼마나 잘 묘사하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다양한 형용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감정적 과립상이 발달한 사람으로 분류했다. 이런 사람들은 유창하고 재치 있게 말하는 능력이 있고,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의 뇌 활동도 관찰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감정적 과립상이 발달한 사람은 감정 상태를 자신만의 개념과 언어로 정의내리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바렛 박사는 “이러한 능력 때문에 감정적 과립상이 발달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웰빙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며 “인생을 살면서 경험하는 수많은 도전들을 처리할 때 뇌가 보다 정밀하고 정확하게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선행 연구자들도 감정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힘과 언어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강조해왔다. 감정적 과립상이 발달한 사람은 화가 났을 때 흥분을 보다 쉽게 가라앉힐 수 있고, 술을 마셨을 때 상대적으로 감정적 변화가 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은 병원에 방문하거나 약물을 복용하는 비율 역시 낮다.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신의 감정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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