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의 95%, 얼굴 그릴 때 눈 위치 잘못 그린다

 

종이 한 장을 펼치고 펜을 든 다음 아무 얼굴이나 그려보자. 원한다면 사람 얼굴이 담긴 사진을 옆에 놓고 보면서 그려도 좋다. 훈련된 미술가가 아니라면 대부분 눈의 위치를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를 것이다. 사람 얼굴을 그릴 때 눈 위치를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최근 ‘미학·창의성·예술심리학(Psychology of Aesthetics, Creativity and the Arts)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미술가를 제외한 일반 사람의 95%가 얼굴을 그릴 때 눈 위치를 제대로 배치하지 못한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미국 연구팀에 따르면 이는 얼굴 부위 간의 거리와 위치에 대한 기본적인 편견 및 지식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75명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스크린에 등장하는 두 명의 얼굴을 따라 그리도록 했다. 사진 속 두 인물은 동일한 사람이지만 한 장은 머리카락이 덮여있고 또 다른 한 장은 대머리라는 차이점이 있다.

또 실험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사람의 눈 위치는 얼굴의 중간쯤에 위치한다는 정보를 주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이 같은 정보를 주지 않았다.

실험결과, 전반적으로 실험참가자들은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 눈의 위치를 극단적으로 얼굴 위쪽에 위치하도록 그리는 경향을 보였다. 그들에게 보면서 그릴 수 있는 얼굴 사진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미술가를 제외한 사람들이 이처럼 눈 위치를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눈의 위치를 도식적으로 정밀하게 표현하는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단지 도식적 지식의 부재만이 이 같은 오류를 낳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눈 위치가 얼굴의 중간에 위치한다는 사전 정보를 얻은 실험참가자들마저 눈의 위치를 원래보다 다소 높게 그리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눈 위치에 대한 정보가 없는 실험참가자들보단 나았지만 여전히 위쪽에 위치하도록 배치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오류는 얼굴을 볼 때 앞이마 영역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사람의 얼굴을 볼 때 이목구비가 모여 있는 영역을 제외한 주변부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둔다. 대머리인 사람은 머리카락이 있는 사람보다 앞이마 영역이 넓어지는데, 실험참가자들은 이를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눈 위치가 더욱 올라가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 사람은 근본적으로 수직공간의 윗부분을 무시하는 기본적인 편견도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수직선을 하나 그어놓고 가운데에 점을 찍어보라는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가운데보다 다소 위쪽으로 점을 그린다.

이번 연구팀 역시 실험참가자들에게 수직선을 양분해보라는 요청을 했는데 눈의 위치를 위쪽으로 그리는 사람일수록 선 위의 점 역시 높이 그리는 경향을 보였다. 즉 기본적으로 사람은 위치에 대한 편견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얼굴 그리기처럼 단순한 테스트만으로도 인간의 특이한 기질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를 흥미롭게 평가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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