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아기 언어’ 쓰는 동물 있다”(연구)

 

어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어른의 말투와 억양은 평소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대화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대화주제나 단어선택, 문장구조 역시 단순해진다. 아직 말을 제대로 못하는 아기들에게는 ‘맘마’, ‘까까’ 같은 별도의 유아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유아어가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에게 말을 걸 때는 목소리 톤이 평소보다 높아지고 말 속도는 느려지며 동일한 단어나 문장을 반복해 말하는 빈도가 높아진다. 이와 동일한 화법을 어른에게 사용한다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순전히 아이들만을 위한 대화방법이다.

아기들은 말을 제대로 하는 시기가 찾아올 때까지 끊임없이 예행연습을 거친다. 이때 어른들은 아기가 좀 더 편하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귀여운 유아어를 사용하게 된다. 아기가 아직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아기의 옹알이에 응답해주는 것만으로도 언어발달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또 일반적인 어른 화법보다는 유아를 위한 유아식 화법을 사용할 때 아기의 배움 욕구가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발표된 새로운 연구논문에서는 사람뿐 아니라 새들도 그들만의 ‘유아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 캐나다 맥길대학교 연구팀이 작은 체구를 가진 새 ‘금화조’를 대상으로 5일간 아기 새들이 우는 방법을 학습하는 방식을 관찰했다.

금화조 새끼 중 절반은 성인 금화조와 직접 교감을 나누며 우는 소리를 학습했고, 나머지 절반은 성인 금화조의 울음소리를 녹음한 오디오 소리를 들으며 간접적으로 우는 방법을 배웠다.

학습 기간이 지난 뒤에는 10주간 아기 새들의 발성 발달 수준을 관찰했다. 아기 새의 울음소리가 어른 새와 얼마나 닮아있는지 확인한 것이다. 음향 분석기를 이용해 새들의 우는 소리를 분석해본 결과, 어른 새와 직접 교감을 나눈 아기 새들이 좀 더 어른 새의 울음소리를 잘 모방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두 그룹이 학습한 소리 자체에도 차이점이 있었다. 어른 새와 직접 소통한 아기 새들의 소리가 좀 더 느리고 반복되는 패턴을 보인 것이다. 이는 어른 새가 아기 새에게 이 같은 방식으로 울음소리를 가르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기 새들의 뇌를 촬영한 결과에서는 직접 어른 새와 교감을 나눈 아기 새들의 집중력이 더욱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기 새들은 신경세포에서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호르몬을 더 많이 생산한다는 점도 관찰됐다. 이러한 부분들을 인간에게 적용하면 언어장애와 연관이 있는 질병들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단서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견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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