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회,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 관련성 매우 높다”

 

한국역학회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서 나타난 폐질환이 ‘signature disease(지표 질환)’에 해당된다는 의견을 최근 검찰에 제시했다. 지표 질환이란 석면 노출로 인한 석면증 등 오로지 한 가지 특정 요인의 노출과 연관된 질환을 통칭한다.

역학회는 지난 2일 검찰에 전달한 답변서에서 “역학조사에서 원인 미상 폐질환으로 진단된 18명 중 17명이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고, 지금까지 확인된 적 없는 특징적인 임상적, 병리적 소견을 보였다”며 “(가습기 살균제)판매 중지 이후 원인 미상 폐질환이 발생한 적 없으므로 정의상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signature disease’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역학조사를 통해 기습기 살균제의 교차비가 47.27로 나온 것에 대해서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면 사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원인 미상 폐질환이 47.27배 발생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이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의 관련성 강도가 매우 높으며, 인과관계를 지지하는 강력한 근거”라고 역학회는 설명했다.

역학회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발병 원인으로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의 가능성을 배제했다. 혈청학적, 호흡기 검체, 세포배양 등 임상적으로 가능한 모든 검사를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로 볼 때 해당 환자들에서 바이러스 감염의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러스 폐질환의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수행한 역학조사를 통해 서울아산병원에서 보고된 원인 미상 폐질환의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옥시측이 검찰수사가 시작된 직후 법률 자문을 얻어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서를 내자 지난 달 전문가단체인 역학회에 의견을 구했다.

옥시측은 검찰에 낸 의견서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의 폐손상 원인으로 봄철 황사, 가습기 자체에서 번식한 세균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독성학, 의학, 약학, 역학 등 관련 학계가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인정하고 있고, 지난 4일에는 옥시로부터 뒷돈을 받고 살균제 유해성 연구보고서를 유리하게 조작해준 의혹으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긴급 체포되는 등 옥시가 빠져나갈 구멍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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